▲ 시즌 초반 위력적인 구위로 좋은 스타트를 알린 kt 배제성 ⓒ곽혜미 기자
▲ 시즌 초반 위력적인 구위로 좋은 스타트를 알린 kt 배제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는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 이후부터 천천히 마운드 구색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허약했던 선발진에는 믿을 만하나 선수들이 매년 하나씩 튀어나왔고, 이 선수들이 모여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매년 “kt의 토종 에이스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2019년은 혜성처럼 등장한 배제성(26)이 관심을 모았다. 28경기에서 10승을 기록하며 사실상 토종 에이스 몫을 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kt 구단 프랜차이즈에서 ‘토종 10승’은 희귀한 기록이었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배제성이 다소 주춤했고, 토종 에이스의 타이틀은 신인 소형준(21) 쪽으로 무게 중심 옮겨갔다. 소형준은 2020년 26경기에 나가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의 대활약을 펼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kt 팬들은 10년 이상 팀 마운드를 이끌 보석을 얻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2021년은 양상이 또 달랐다. 소형준이 조금 주춤한 사이, 이번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이드암 고영표(31)가 이 자리를 꿰찼다. 고영표는 지난해 26경기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의 빼어난 성적으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기대를 걸었던 선수임은 분명한데, 제대 후 첫 시즌에 이 정도 성적을 낼 줄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2022년은 양상이 또 다를 수 있다. 고영표는 올해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2로 여전히 잘 던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4점대 평균자책점(4.16)에 머물렀던 소형준이 다시 치고 올라왔다. 10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53의 기록으로 고영표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배제성까지 경쟁 구도에 뛰어들었다. 올해 투구 내용에 비해 승운이 없었던 배제성은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최근 KIA 타선의 무서운 힘을 고려하면 이날 배제성의 투구는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소크라테스에게 투런포를 맞았을 뿐 나머지 이닝은 안정감이 있었다.

배제성은 2019년 10승, 2020년 10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승운이 다소 없고 외국인 선발들과 자주 만나는 불운(?) 끝에 9승에 그쳤으나 3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믿을 만한 투수다. 그런데 올해는 3일 현재 평균자책점을 2.97까지 끌어내리며 고영표 소형준 못지않은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선수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도 있겠지만, kt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kt는 올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 속에 시즌 초반 하위권에 처져 있다. 그러나 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선발진이 건재하고, 수비가 건재하는 것도 확인하고 있다. 두 축이 무너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

토종 에이스감이 세 명이나 있다는 건 그만큼 로테이션 전력이 고르다는 것이고, 장기 레이스에서 기복이 심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배제성이 3일 불을 지핀 논란은, kt가 강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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