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선의 뒷심이 강해진 KIA는 그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타선의 뒷심이 강해진 KIA는 그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마무리 투수는 나갈 시점이 아주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이기는 경기, 3점차 이내, 9회가 전형적인 등판 루틴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선수가 등판 시점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그런데 KIA 마무리인 정해영(21)의 6월 2일은 조금 달랐다. 이날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한 KIA는 상대 선발인 최원준의 호투에 막혀 6회까지 0-3으로 뒤져 있었다. 보통 마무리 투수라면 일단 등판을 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최소한의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해영은 “항상 준비를 하기는 하는 건데, 7회가 들어가기 전 뭔가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어보였다.

정해영이 묘하게 등판을 떠올린 건 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 불펜이 추가 실점 없이 막아주고, 최근 기세를 타고 있는 타선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는 경험에서 기인한다. 타선이 호조를 보이고, 투‧타 밸런스가 비교적 잘 맞고 있는 KIA는 최근 역전승이 부쩍 늘었다. 

올 시즌 KIA는 선취점을 내준 경기에서 14승16패(.467)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LG(.400)와 승률이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선취점의 중요성이 대단히 큰 야구에서 먼저 얻어맞아도 언제든지 펀치를 돌려줄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전체 30승 중 21승이 역전승이고, 역전승 숫자도 리그에서 가장 많다.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도 네 경기를 건졌다. 삼성(7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에는 타선이 터지지 않다보니 쫓아가다 주저앉는 경우, 혹은 간신히 리드를 지키고 있다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반대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 중‧후반 강인한 집중력으로 상대를 괴롭히다 역전승을 거두는 경기가 많아졌다. 그것도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일거에 되돌리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선수단 분위기로 이어지고, 거듭되는 역전승은 자신감으로 박힌다.

김종국 KIA 감독 또한 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시너지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미소 지으면서 “여기서 버텨주면 타선이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으면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실제 2일 경기에서 정해영의 느낌은 현실이 됐다. 7회 최형우의 투런포로 1점차까지 추격하며 경기 흐름을 바꾸더니 8회 나성범의 동점 적시타, 9회에는 박찬호의 역전 적시타가 나오며 4-3으로 앞섰다. 미리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던 마무리 정해영이 몸을 완벽하게 풀고 나와 1이닝을 막고 역전승을 완성했다. 정해영은 “타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점수를 뽑았는데, 쉽게 줄 수는 없었다”고 당시 각오를 설명했다. 팀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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