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향상된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리그 ERA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광현 ⓒ곽혜미 기자
▲ 더 향상된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리그 ERA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광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구위가 떨어진 게 아니라, 구속이 떨어진 거 아닐까요”

올 시즌 KBO리그 평균자책점 순위는 꽤 오랜 기간 한 선수의 독주로 흘러가고 있다. 2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친정팀 SSG로 전격 복귀한 김광현(34)이다. 김광현은 10일까지 시즌 11경기에서 71이닝을 던지며 6승1패 평균자책점 1.39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184), 0.92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모두 뛰어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준수한 기록을 거두고 돌아왔기 때문에 사실 기대치는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다만 김광현도 이제 30대 중반의 선수가 됐다. 한창 좋을 때인 20대의 몸이 아니고,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 예전의 시원시원한 맛은 덜하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 김광현의 파워풀한 피칭을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현재의 투구가 이질적이라 느낄 법하다.

실제 구속은 조금 조금 떨어졌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직후 시즌인 2018년 김광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7.3㎞였다. 본격적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 2019년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147.1㎞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145.5㎞다. 여기에 포심의 비율이 27.7%까지 떨어졌고, 대신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2014년 김광현의 포심 비율은 53.1%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구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그런 말에 고개를 젓는다. 한 투수출신 해설위원은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구속이 떨어졌다고 본다”면서 “구위라는 건 공의 종합적인 위력을 뜻하지 않나. 구속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꼭 구속으로 구위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 무조건 공이 빠르다고 구위가 좋다고 하지 않는 이유다. 구위가 떨어졌는데 1점대 평균자책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대형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 또한 의견을 같이했다. 현역 시절 숱하게 김광현과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이 위원은 “예전에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체감상으로 5대5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면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한 타이밍에 잡힌다. 그러나 느린 변화구인 커브는 그 타이밍에 안 잡힌다. 우타자에게는 체인지업과 커브도 많이 던지는데 한 타이밍에 모든 공이 걸리는지, 잡히는지가 중요하다. 커브가 제구가 되니까 카운트도 잡는다. 지금 김광현의 호투에는 커브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전과 같이 파워풀하게 패스트볼로 승부를 하는 게 아니니 보기에는 패스트볼이 약해졌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구위가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치기 까다로운 선수가 됐다”면서 “패스트볼 스피드가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구위가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고, 경기 운영 능력도 그렇고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광현이 뛰던 시절 KBO리그 우완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국가대표팀 동료 윤석민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 또한 “코스가 좋으면 실제 구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좋아 보인다. 공 하나 차이인데, 손이 나가고 안 나가고 한다. 어려운 공이 많을수록 상대는 어렵게 생각한다”면서 “어려운 공에는 타이밍을 뒤에 준다든지, 80%만 주는 경우도 있다. 공이 진짜 좋아도 타자들에게 좋은 코스로 오면 친다. 하지만 김광현의 경우는 생각할 게 많다. 그래서 구속이 조금 떨어져도 타자들에게는 똑같이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현은 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이 있는 건 아니고 예정된 휴식이다. SSG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이미 김광현의 두 번째 ‘화-일’ 로테이션을 앞두고 한 턴을 뺀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팀 합류가 늦어 급하게 몸 상태를 끌어 올린 김광현의 컨디션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구위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윤석민 위원은 “한 번씩 빼주면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경기장에 나가는 느낌이 다르다”면서 김광현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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