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무주, 박대현 기자 / 송경택 이강유 영상 기자] 이석훈(43) 호주 태권도 대표팀 감독의 현역 시절은 화려했다.

당대 남자 헤비급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세계대학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 금메달을 휩쓸었다.

지난 1월 수영구청 감독직을 내려놨다. 그러곤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전 이유는 분명했다. 

"(수영구청·한국 대표팀) 코칭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내가 어떤 면을 좀더 보완하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 태권도는 세계 어디서나 기량과 지도력을 인정받는다. 다만 언어적인 문제가 늘 있다. 현역 때부터 국제대회를 많이 나가다보니 영어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런 면을 충족시키고 싶어 호주행을 결심했다."

▲ 호주 태권도 국가대표팀 이석훈 감독
▲ 호주 태권도 국가대표팀 이석훈 감독

타지 생활은 그 자체로 녹록지 않다. 인지와 수용과 적용의 연속이다. '감독'으로 부임한다면 어려움은 곱절이 될 터. 숨은 일화가 궁금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않은 게 가장 크다. 성향상 권위적인 걸 싫어한다. 친구처럼 항상 선수와 동등히 가는 걸 좋아한다. (호주) 선수들에게 늘 말한다. 내가 태권도는 가르치지만 언어는 너희들이 선생님이라고. 이 부문만 빼면 어려운 건 크게 없다. 무엇보다 호주행은 내가 원해서 한 선택이지 않나. 원하는 바는 힘들어도 (심적으로) 힘들지 않다. 암만 좋은 조건이라도 원하지 않는 거라면 그게 힘든 거라 생각한다." 

지난해 7월 24일 국내외 태권도계가 깜짝 놀랐다.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25)가 태국 태권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를 모았다.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19, 스페인)를 11-10으로 격파,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옹파타나키트 금메달에는 최영석(48) 태국 대표팀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2002년부터 태국을 이끈 최 감독은 부임 후 올림픽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무에타이의 나리'에 안겼다. 

지난해 금메달은 화룡점정이었다. '태권도판 히딩크'로 올라섰다. 이 감독에게 해외 시장에서 한국인 감독 지지율을 물었다.

"최 감독님이 디딘 길은 분명 메시지가 있다. 사실 최근 들어 한국인 감독보다 유럽 지도자에 대한 선호가 좀더 높은 분위기가 있었다. 성적도 괜찮게 나왔고. 그런데 최 감독님이 태국에서 워낙 좋은 커리어를 쌓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셔서 후배들로선 매우 기쁘고 귀감도 된다."  

"이제 (기술적인 면에서) 해외 대표팀이 한국인 지도자에게 배울 건 그리 많지 않다. 인터넷도 워낙 발달했고. 지금 현지 코치진도 3~40년간 태권도를 한 분들이다. 각국 태권도 1세대가 오륙십대가 되면서 (태권도에 대한) 개념이 완벽히 정립돼 있다. 다만 이 부문에 포인트가 있다 생각한다. 한국인 감독이 더해 줄 수 있는 건 '태권도 정신' 또는 '한국 특유의 근성' 등이다. 엊저녁 식사 자리에서 최 감독님도 이 점을 강조하시더라."

'2022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가 지난 10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개막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5년 만에 무주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코로나19 팬데믹을 뒤로 하고 여는 첫 대회로 태권도계가 일상의 회복을 알리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아직은 태권도 변방으로 꼽히는 호주를 이끌고 온 이 감독은 '과정'을 입에 담았다.

"호주가 지리적으로 좀 떨어져 있지 않나. 이 탓에 국제적인 교류가 원활치 않다. 대회도 늘 오세아니아 몇 국가와만 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더더욱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호주 대표팀이) 이번 대회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 나도 궁금하고 설렌다. 기술과 체력은 7~80퍼센트 정도 올라왔다. 다만 실전에서 (이 같은 준비가) 매끄럽게 접목될지, 구현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그랑프리 챌린지엔 4명이 출전한다. 이 중 3명이 메달을 딸 수도 있고, 전원 첫판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국제대회 현장에서 어느 정도 기량을 펼치는지 체크하는 게 일순위다."

"이후 계속 수정 반복하고, 수정 반복하고를 거듭할 것이다. 초점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이다. 올림픽에서 단 한 명이라도 호주 선수를 입상시키는 게 목표다. 이번 대회는 그 목표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은 잔잔하고 막힘없었다. 지도자로서 최종 꿈을 답할 때도 그랬다.

"호주에 온 게 아예 여기서 살려고 온 게 아니다. 언젠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에는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최신 정보도 풍부하고. 내가 언어(영어)를 익혀 보유한 정보를 전 세계에 널리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지 늘 고민했다."

"현역 때부터 (한국) 대표팀 코치 시절까지 체험한 수많은 노하우를 세계 모든 사람이 쓰는 언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 나만의 지도법을 살짝 녹여서 가르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게 내 최종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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