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는 김도영 활용법을 놓고 뭔가의 결단을 내릴 시기에 이르렀다 ⓒ곽혜미 기자
▲ KIA는 김도영 활용법을 놓고 뭔가의 결단을 내릴 시기에 이르렀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온탕과 냉탕을 모두 거쳤다. 냉정하게 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시나리오이기는 하다. 이제 KIA의 김도영(19) 프로젝트는 뭔가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이도 저도 아니어서는 안 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신인 최대어로 큰 관심을 모았던 김도영은 시즌 전 기세가 상당 부분 사라진 채 개막 후 세 번째 달을 맞이하고 있다.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르며 팬들을 흥분시킨 김도영은 개막전 선발 리드오프까지 치고 나가며 거대한 파도를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역시 1군의 선배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범경기 동안 김도영의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했고, 먼저 무너진 쪽은 김도영이었다.

분명 탁월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폭풍 같은 질주가 이를 상징한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선수는 아니라는 게 개막 후 두 달 레이스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대를 모았던 타격에서 약점이 많았다. 김도영은 12일까지 46경기에서 타율 0.194, 9타점, 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501에 머물렀다. 수비에서 스텝 등에서 안정감을 더 키울 필요가 있고, 전체적인 연계 플레이도 경험을 더 해야 한다.

사실 기대가 너무 컸을 뿐 고졸 야수, 그것도 내야수라면 어차피 거처야 할 산이나 맞아야 할 매였다. 그 엄연한 현실을 시범경기에서의 꿈같은 성적이 가렸을 뿐이다. 한 해설위원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의 몸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정말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모를 거대한 하드웨어를 갖췄다”면서도 “고등학교 때는 그런 운동능력으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프로는 다르다. 기술적으로 다듬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팀은 성적에 신경을 써야 하고, 김도영에게 전폭적인 기회를 밀어줄 만한 여유도 없었다. 김도영은 4월 한 달 동안 경기당 4타석을 소화했다. 그러나 5월에는 2.2타석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6월에는 경기당 한 타석도 안 된다. 백업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군으로 내려 선수 발전과 1군 멤버 순환을 꾀하는 게 일반적인데, 대주자나 대수비로 쓰기에는 또 이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 팀 내 최고 유망주라는 상징성도 있다. KIA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1군의 경험과 2군의 경험은 엄연히 다르다. 결국 궁극적인 목표가 1군에서의 성적인 만큼, 1군에서 뛸 능력이 되면 1군에서 되도록 빨리 매를 많이 맞는 게 옳다. KIA의 첫 계산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김도영의 쓰임새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한정되어 있다. 몸보다는 눈으로 쌓는 1군 경험이 더 많다. 이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경험을 실전에서 적용하지 못하면 상당 부분 퇴색된다. 1군과 2군의 경험이 엄연히 다르듯, 1군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것과 벤치 경험을 하는 것은 또 다르다.

4월(OPS 0.445)보다는 5월 성적(OPS 0.661)이 더 좋았지만 KIA 코칭스태프의 김도영 활용폭은 오히려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가 6월 들어 45타석을 소화했고, 백업 내야수인 김규성도 10타석을 얻었지만 김도영은 5경기에서 세 타석에 나섰을 뿐이다. 그렇다면 김도영에게 뭔가 뛸 무대를 주는 게 맞는다. 1군에서 지금 활용폭 이상의 계획이 없다면 2군이 있다. 이 어린 선수의 백업 롤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2군에 하나도 없다는 건 프로 구단이 댈 변명이 아니다.

지금 2군에 가면 지금껏 1군에서 버텼던 시간 중 상당한 부분이 증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장 1군에서 활용 계획이 없다면 훗날 그 증발의 양이 더 커진다. 그래서 이제는 결단을 내릴 시기가 됐다. 첫 계획대로 밀어붙이느냐, 첫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고 조금은 돌아가느냐의 택일이다. 그 외의 선택지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올해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길게 보고 키워야 할 선수다. 수정된 육성 플랜이 프런트 내부에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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