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끈기와 꾸준함으로 KBO리그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양현종 ⓒ곽혜미 기자
▲ 끈기와 꾸준함으로 KBO리그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양현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양현종은 고교 시절부터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다. 빠른 공을 던지는데다 밸런스까지 좋았다. 2007년 KIA의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그 평가를 증명했다. 

양현종은 첫 해인 2007년 바로 1군 데뷔를 이뤘다. 2007년 31경기에 나가 49⅔이닝을 던지며 1승2패 평균자책점 4.17을 기록했다. 고졸 루키로서는 큰 성공이었지만, 또 1군의 벽을 느낀 시기이기도 했다. 코칭스태프는 양현종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또 엄하게 다루곤 했다는 게 당시를 기억하는 관계자들의 회상이다. 어린 선수가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그때부터 마인드가 남달랐다.

양현종의 2년 선배이자 당시 KIA의 에이스였고, 또 KBO리그 우완 에이스로 활약한 윤석민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는 양현종의 데뷔와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윤 위원 또한 양현종의 길을 2년 먼저 밟은 케이스다. 자신의 뒤를 이어 KIA의 에이스가 되는 양현종의 과정을 곁에서 생생하게 지켜봤다. 그래서 유독 기억이 밝다. 윤 위원은 양현종이 그때부터 대선수가 될 자질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윤 위원은 데뷔 시즌인 2005년 53경기에 나갔고, 이듬해인 2006년에는 6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8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양현종의 데뷔 시즌인 2007년에는 28경기에서 3.78이라는 나쁘지 않은 평균자책점에서 18패를 기록하며 ‘비운의 에이스’라고 불렸다. 윤 위원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 담대한 마인드였다. 그리고 윤 위원은 양현종 또한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윤 위원이 주목해서 봤던 건 힘든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또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이건 단순히 마운드 위에서의 능력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양현종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품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윤 위원의 평가다. 윤 위원은 “지금도 그렇지만 양현종은 어렸을 때부터 끈기가 있던 선수였다. 힘든 것을 묵묵하게 잘 버텨나가는 스타일”이라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런 끈기가 양현종을 전설의 길로 이끌고 있다. 양현종은 11일 광주 키움전에서 6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고 개인 통산 153번째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양현종은 은사인 이강철 현 kt 감독(152승)을 제치고 KBO리그 역대 다승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이제 양현종의 앞에 있는 전설은 송진우(210승)와 정민철(161승) 뿐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좋은 구위를 보인 것은 물론, 큰 부상 없이 묵묵하게 던진 덕이다. 양현종은 다승 뿐만 아니라 이닝(2063이닝)에서도 역대 7위, 탈삼진(1731개)에서도 역대 3위를 달리고 있다. 건강하게 남은 경력을 마무리한다면 통산 성적표에서의 순위는 더 높아진 채로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양현종의 장점과 덕목은 꼭 승리한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윤 위원이 말한 끈기와 인내심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 빛난다. 이대형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는 양현종이 2회까지 5실점한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 더 주목한다. 이 위원은 “5점을 줘도 어쨌든 자신의 책임 이닝까지는 버텨나간다. 무너지더라도 기본적인 이닝 소화는 하는 선수다. 이런 선수가 정말 흔치 않다”고 칭찬했다. 

실제 양현종은 1회 1점, 2회 4실점을 했지만 툭툭 털어버리고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5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고 팀 반격의 발판을 놨고, KIA 타선이 5회 6득점하고 경기를 뒤집으며 끝내 승리투수가 됐다. 화려했지만 또 묵묵했던 양현종의 경력을 압축한 경기 같았다. 양현종은 앞으로도 자기 스타일대로 걸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그 종착역에는 정말 빛나는 업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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