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선수와 볼 경합하는 고승범 ⓒ연합뉴스
▲ 이집트 선수와 볼 경합하는 고승범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제2의 진공청소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뛰지 못했던 한을 푸는 것 같은 고승범(김천 상무)의 움직임이었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과 이집트의 친선경기 선발 명단에는 생경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기회를 얻은 고승범이었다. 

고승범은 지난 6일 칠레전에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교체됐다. 1분 남짓 뛴 것이 전부였다. 지난 1월 몰도바전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언젠가 기회를 얻을 것 같았던 고승범은 칠레전에서는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주장 손흥민이 기립 박수를 받고 나오는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고승범에게 이집트전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큰'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의 부재에 황인범(FC서울)까지 이탈, 중원이 텅 비어 누군가를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백승호(전북 현대)가 전방으로의 연계를 맡으면서 고승범은 소속팀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이집트의 볼 배급을 차단하는 임무를 맡았다.   

사실상의 데뷔전이라 긴장하지 않으면 이상한 경기였지만, 고승범은 열정적으로 뛰었다. 전후좌우 가릴 것이 없었다. 몸싸움도 마다치 않았다. 보여줘야 하는 경기였기에 집중했다. 평소 K리그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이집트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을 전개하려고 하자 태클로 막았고 관중석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고승범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는 뜻이다. 중원에서도 볼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후반에도 고승범은 그라운드 위에 있었다. 다만, 초반 너무 무리하게 몸을 던지다 주저앉았고 무릎을 만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7분 김진규(전북 현대)로 교체됐다. 관중석에서는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뛰는 시간이 다소 부족했어도 충실히 지켜냈기에 조규성(김천 상무)과 권창훈(김천 상무)의 골로 4-1 승리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다소 피곤하지만, 터프한 이집트를 상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했던 고승범의 경기였다. 경쟁자들이 많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7월 일본에서 예정된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승선 가능성도 열어뒀다. 

K리거와 일본 J리거 중심으로 선수 구성을 하고 사실상 수비진 조직력 다듬기의 대회라 필요성도 더 커졌다. 26명까지 엔트리 확대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본선행 꿈도 꿔봐도 될 고승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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