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생일 날 2전 2승을 기록한 KIA 이의리 ⓒKIA타이거즈
▲ 자신의 생일 날 2전 2승을 기록한 KIA 이의리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만 20세라면, 대다수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자유분방할 시기이기도 하고, 그 틀에서 크고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생일에 관련한 추억도 하나씩 가지고 있을 법하다.

그러나 사실상 2월부터 11월까지 단체 생활이 이어지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런 권리를 조금은 놓고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생일이 시즌 때 있는 선수들은 경기에 신경을 쓰느라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의리(20‧KIA)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2학년 격인 그는, 데뷔 후 생일 때마다 선발 등판을 준비해야 했다. 

4~6일 턴으로 한 번씩 등판하는 선발투수가 자신의 생일에 빠지지 않고 등판하는 것도 어쩌면 하늘이 준 운명일지 모른다. 2002년 6월 16일생인 이의리는 지난해 6월 16일에 광주에서 SSG전에 선발 등판했다. 올해는 창원 NC전에 역시 선발 등판했다. 선발 등판이 아니라면 그래도 조금 기분을 낼 법도 한데, 선발 준비를 하느라 자신의 생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여건. 그러나 스스로에게 자그마한 생일 선물을 했다는 건 작년이나 올해나 같았다.

지난해 6월 16일 광주 SSG전에서는 5⅔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 6월 16일에도 NC를 상대로 6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막았으나 2실점으로 막아냈다. 6회까지 팀이 0-2로 뒤지고 있기는 했지만, 7회 이창진의 솔로홈런과 나성범의 역전 스리런에 힘입어 승리투수 요건이 만들어졌다. 불펜 필승조 선배들은 그런 이의리의 승리 요건을 잘 지켰다.

생일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오히려 고민거리가 많았다. 직전 몇 경기에서의 등판 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 3일 kt전에서는 7이닝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0일 키움전에서는 4이닝 동안 5실점하고 역시 패전을 안았다. 이의리도 16일 NC전 이후 “지난 등판에서 지나치게 완급조절을 신경 쓴 나머지 내 투구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고민의 해답은 자기 투구였다. 완급조절보다는 자신이 장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이의리는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역시 패스트볼이었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로 거침없는 정면승부를 걸었다. 때로는 안타를 맞기도 했지만, 때로는 빗맞은 타구나 헛스윙을 유도하기도 하며 시종일관 힘싸움을 했다. 결국 6이닝을 버텨냈고, 값진 승리가 따라왔다.

이의리의 생일이라는 것을 아는 선배들도 힘을 냈다. 역전 3점 홈런을 때린 나성범은 경기 후 “의리의 생일날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종국 KIA 감독도 생일에 승리투수가 된 이의리가 대견했다. 김 감독은 “지난 번의 아쉬웠던 모습을 씻어낸 호투였다. 오늘 생일인데 자축하는 선물이 된 거 같다. 승리를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이의리 또한 “작년에도 생일날 승리투수가 됐는데 올해도 우연찮게 스스로에게 생일 선물을 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생일을 온전하게 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고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의리는 “앞으로 기복 없는 투구를 하는 게 중요할 거 같고 확실한 결정구를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들뜨지 않은 또 한 번의 생일상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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