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조영준 기자 / 임창만 영상기자] "첫 번째 목표는 더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아빠처럼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한국 탁구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남자 탁구 오준성(18, 대광고)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과 폴란드 블라디슬라보보에서 열린 2022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 컨텐더 U-19 남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여자 탁구는 신유빈(18, 대한항공)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등장했다. 여기에 김나영(17, 포스코에너지)도 가세했다. 

김나영은 프로탁구 리그 원년 리그에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 19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막을 내린 WTT 컨텐더 자그레브 여자단식에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 유예린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스포티비뉴스
▲ 유예린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스포티비뉴스

신유빈, 김나영과 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를 책임질 또 한 명의 유망주가 살며시 기지개를 켰다. 유예린(13, 문성중)은 지난달 2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WTT 유스 컨텐더 15세 이하(U-15)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의 아오키 사키를  3-2(5-11 5-11 11-8 11-5 11-5)로 꺾고 우승했다.

U-16 국가대표로 발탁돼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유예린은 국제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예린은 탁구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54) 삼성생명 감독에게 '탁구 혈통'을 물려받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유예린은 어느덧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대주로 성장했다.

오는 7월과 8월 굵직한 국내, 국제 대회를 눈앞에 둔 유예린은 탁구전용체육관이 있는 서울 금천구 독산고등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하는 유예린 ⓒ유예린 인스타그램 캡처
▲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하는 유예린 ⓒ유예린 인스타그램 캡처

'탁구 전설' 아버지의 영향으로 라켓 잡아…"탁구는 저와 맞는 종목"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유예린은 다섯 살 때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았다. 탁구에서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수의 길을 걸었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았다. 

"아빠가 탁구 선수셔서 라켓을 잡았는데 막상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성적이 좋게 나왔어요. 그래서 스스로 욕심이 생겼죠. (탁구는) 저랑 잘 맞는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유남규는 한국 탁구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부친의 후광은 때론 찬란하게 빛날 때도 있지만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탁구의 길을 걸어온 유예린은 아버지의 지도와 성원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으로 WTT 유스 컨텐더 우승을 이룩했다.

"처음에는 그냥 성적만 내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일등을 했어요. (외국 선수들의) 다양한 볼도 받아보고 강한 볼도 많이 접했는데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돌아온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힘을 키우고 있어요."

유예린은 15세 이하 국제 대회에서 자신보다 1~2살이 더 많은 선수들을 제압했다. 비록 '탁구 최강국'인 중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선수들을 하나둘 제치며 최종 승자가 됐다.

그러나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는 점도 털어놓았다. 유예린은 "욕심은 많은 편인데 멘탈 키우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거 같다. 경기에 나서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예린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역전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U-16 국가대표가 된 뒤 이러한 점도 많이 개선됐다. 이번 WTT 유스 컨텐더에서도 유예린은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첫 국제 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 유예린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스포티비뉴스
▲ 유예린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스포티비뉴스

성인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 그다음은 올림픽

왼손 선수였던 유남규는 빠른 움직임과 노련한 임기응변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유예린도 아버지처럼 왼손을 쓰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라켓을 잡은 쪽은 오른손이었다.

"처음에는 저도 왼손으로 하려고 했는데 아빠는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더 잘할 거 같다고 하셔서 오른손으로 치게 됐습니다."

큰 환호성과 다양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딸 유예린은 수줍음이 많은 소녀였다. 그는 "지금보다 파이팅도 더 크게 하려고 한다"며 수줍게 말했다.

2008년생인 유예린 위에는 신유빈(2004년생)과 김나영(2005년생)이 버티고 있다. 긍정적인 자극과 동기부여를 줄 선배들이 있는 점도 유예린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유예린은 "언니들은 다 잘 치는데 기술적으로 많이 배우고 싶고 멘탈과 파이팅을 크게 하는 것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유예린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스포티비뉴스
▲ 유예린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 스포티비뉴스

자신의 장점으로 유예린은 서브와 백핸드을 꼽았다. 최근에는 약점인 화 드라이브(포핸드 탑 스핀) 연습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탁구 라켓을 놓을 때의 유예린은 평범한 13세 소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체육관을 벗어나 한숨을 돌릴 때 방탄소년단과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를 들으며 심신을 달랜다. 

올해 목표는 중학교 대회 우승과 오는 8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WTT 유스 컨텐더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올여름 유예린은 15세 이하 대회는 물론 17세 이하 대회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유예린의 시선은 올림픽을 향해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버지처럼 자신도 가장 큰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고 있다.

"올해는 중학교 대회 우승이랑 국제 오픈 17세, 15세 (이하) 대회에 나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중에는 더 잘해서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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