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마테우스 감로트(31, 폴란드)와 아르만 사루키안(25, 아르메니아)은 25분 동안 치고받고 뒹굴었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 버금가는 박진감이었다. 1라운드 시작부터 5라운드 끝까지, 박수와 함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옥타곤 옆에서 예의 주시하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도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 판정승한 감로트에게 "넌 대단한 남자다. 곧 이슬람 마카체프와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6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에이펙스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UFC 온 ESPN 38' 메인이벤트는 정상급 기술에 들끊는 승부욕이 더해진 명승부였다. 당연히 이날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됐다.

여기서 체크해야 할 재밌는 사실 하나. 이런 경기력을 가진 두 파이터가 UFC 라이트급 10위 안에도 못 들어간다는 것이다. 사루키안이 11위, 감로트가 12위로 톱 10 밖에 위치해 있다.

오는 28일 발표될 새 랭킹에선 감로트가 11위로 올라가고, 사루키안이 12위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승자 감로트는 상위 랭커와 붙을 명분을 챙겼고, 패자 사루키안은 더 기다려야 한다.

UFC 라이트급은 정글이다. 맹수들이 그득그득하다. 전성기를 맞이한 찰스 올리베이라가 정상에 있고, 더스틴 포이리에(2위), 저스틴 개이치(3위), 마이클 챈들러(5위)가 뒤따른다.

올리베이라와 한 번도 붙지 않은 컨텐더는 이슬람 마카체프(4위)와 베닐 다리우시(6위)다. 마카체프가 오는 10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UFC 281에서 올리베이라와 챔피언 자리를 놓고 붙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전통의 강자' 하파엘 도스 안요스(7위), 코너 맥그리거(8위), 토니 퍼거슨(9위)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으니, 톱 10은 만원 버스처럼 빽빽하다. 10위권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쉽지 않다.

UFC가 물갈이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누군가를 내리게 해야, 누군가를 태울 수 있다. 신구 매치업을 시작해야 한다.

전 라이트급 챔피언 7위 하파엘 도스 안요스와 '뉴블러드' 대표 타격가 10위 라파엘 피지예프의 대결이 미루고 미뤄졌다가 다음 달 10일 펼쳐진다. 세대교체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감로트도 UFC에 희망 상대를 어필했다. 상위 랭커 하나를 딱 집었다. 3위 개이치였다.

옥타곤 인터뷰에서 “개이치와 붙고 싶다"고 밝힌 뒤,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팬이다. 그를 존중한다. 라이트급에서 가장 잔혹한 남자다. 이미 두 번의 타이틀전에서 졌다. 그는 구세대고 난 신세대니까, 이제 자리를 바꿨으면 한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라파엘 피지예프, 마테우스 감롯, 아르만 사루키안이 치고 올라간다. 가장 위험한 위치는 내리는 문에 가까운 7~9위다.

맥그리거는 부상을 치료하고 돌아오면 누구와 싸우려고 할까. 퍼거슨은 하위 랭커를 상대로 연패를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안심할 수 없다. 까딱하다간 젊은 사자들에게 먹잇감이 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