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6399명이 킥복싱 경기를 보기 위해 도쿄돔을 가득 메웠다.
▲ 5만6399명이 킥복싱 경기를 보기 위해 도쿄돔을 가득 메웠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구장 도쿄돔에 5만6399명이 모였다. 프로 야구 경기가 없던 지난 19일, 구름떼 관중이 응시한 곳은 사각의 링.

다름 아닌 킥복싱 경기였다.

세계 최대 킥복싱 단체였던 K-1은 2008~2010년 힘을 잃었다. 야쿠자 연루설에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갔다. 스타 파이터들이 글로리(GLORY) 등 다른 단체로 떠나면서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 킥복싱이 끝난 건 아니었다. 경량급 위주로 대회를 열며 내실을 다져 나갔다. K-1을 비롯해 라이즈, 슛복싱 등 중견 단체들이 일본인 스타를 내세워 몸집을 키웠다.

K-1의 타케루(30)와 라이즈의 나스카와 텐신(23)이 흥행의 주축이었다.

타케루는 2011년 프로로 데뷔해 42전 40승 2패를 쌓았다. 슈퍼밴텀급부터 페더급과 슈퍼페더급까지 세 체급을 석권하며 K-1 간판스타로 자리 잡았다.

라이즈를 대표하는 텐신은 다섯 살 때부터 무술을 익힌 천재 파이터다. 41전 41승 무패 전적을 기록 중이었다. 플로이드 메이웨더에게 복싱으로 도전할 만큼 기술 좋은 경량급 선수다.

K-1과 라이즈의 스타인 두 파이터가 도쿄돔에서 붙는다는 소식에 일본이 들썩거렸다.

대회 이름은 '더 매치 2022(The Match 2022)'였다. K-1과 라이즈 소속 선수들이 맞붙는 단체 대항전 형식으로 매치업을 구성했다. 타케루와 텐신에게 약 30억 원의 파이트머니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당일인 19일, 과거 K-1과 프라이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5만6399명이 도쿄돔을 찾았다. 입장권 판매 수입은 약 25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코너 맥그리거가 에디 알바레즈를 꺾어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 된 UFC 205 입장권 수입은 1770만 달러(약 220억 원).

▲ 일본 대표 킥복서인 나스카와 텐신(왼쪽)과 타케루.
▲ 일본 대표 킥복서인 나스카와 텐신(왼쪽)과 타케루.

페이퍼뷰도 대박을 쳤다. 일본 스트리밍 서비스 아베마TV에서 50만 건을 판 것으로 추산된다. 추정 수입은 25억 엔(약 240억 원) 상당이다.

승부는 텐신의 5-0 판정승으로 끝났다. 텐신이 1라운드 왼손 훅으로 타케루에게 다운을 빼앗은 것이 컸다. 다섯 명의 심판(Judge) 중 30-27 한 명, 30-28 세 명, 29-28 한 명이었다.

42전 42승 무패로 킥복싱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프로 복싱으로 전향하는 텐신은 경기 후 눈물을 흘리며 타케루에게 감사를 표했다. "타케루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격투기계는 '더 매치 2022'의 흥행 성공으로, 킥복싱이 과거 K-1 전성 시대처럼 부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K-1 설립자 이시이 가즈요시 관장은 "새로운 시작이구나"라고 말했고, 이번 대회를 주최한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라이진 대표는 "앞으로도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선수들을 빛나게 할 무대를 전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텐신도 이것이 일본 킥복싱 통합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일본 킥복싱 단체들이 하나가 된다면 다른 단체에 지지 않는 힘이 생긴다. '더 매치'의 두 번째 대회를 내년에 또 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FC(MAX FC) 이재훈 총감독은 "일본은 작은 대회에도 유료 관중 500명이 들어올 정도로 저변이 깊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대표 단체들이 간판스타를 앞세워 대항전을 펼쳐 흥행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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