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의 불펜의 대들보 몫을 하고 있는 서진용 ⓒSSG랜더스
▲ SSG의 불펜의 대들보 몫을 하고 있는 서진용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서진용(30‧SSG)은 어린 시절 구단과 팬들의 큰 기대를 받은 선수였다.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결정구가 있었다. 모든 이들은 이 훤칠한 투수가 언젠가는 마무리로 팀의 뒷문을 지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코칭스태프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인천을 거쳐 간 모든 감독들은 서진용을 두고 “장기적인 마무리로 키우겠다”고 했고, 몇몇 감독은 실제 그를 개막 마무리로 낙점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구위와 별개로 상황의 중압감, 그리고 실패 이후의 낙담을 쉽게 이겨내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비난도 거셌다. 아마도 최근 5년간 SSG 불펜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선수는 단연 서진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또 낮은 위치에서부터 일어섰다. 2018년 이후 올해까지 4년 반 동안, SSG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간 투수는 서진용이었다. 서진용은 297경기에 나가 297⅔이닝을 던지며 71개의 홀드와 38개의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 기간 200경기 이상 나간 SSG 불펜 투수는 서진용과 김태훈(239경기)이 전부다. 이처럼 서진용은 SSG 불펜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선수임에도, 가장 꾸준히 활약한 선수였다.

그래서 그럴까. 날선 눈으로 서진용을 보던 팬들의 시선도 최근에는 많이 너그러워지고, 또 따뜻해졌다. 올해 불펜에서 고군분투하며 팀이 선두 자리를 수성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자 팬들의 시선은 이제 걱정으로 바뀐다. 3.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서진용은 벌써 시즌 49경기에 나갔고, 51⅓이닝을 던졌다. 70경기 이상, 70이닝 이상을 소화할 페이스다. 서진용은 최근 3년간 매년 61이닝 이상을 던졌다. 이제 팬들은 이 불펜 에이스의 몸에 어디 탈이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한창 좋을 때보다 최근 경기력이 다소 떨어지고 경기 내용이 불안해진 건 사실이다. 7월 12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4.73이었다. 시즌 시작만큼 체력적으로 생생하기는 불가능하다. 선수 스스로도 이는 인정한다. 마음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패스트볼 구위가 떨어지면서 포크볼의 활용 빈도를 더 높였지만, 포크볼은 실투의 위험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서진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예전처럼 크게 들리지 않는다. 서진용도 이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진용은 2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실점을 해도 팬 분들이 너무 안 좋게 보시기보다는, 그래도 ‘쟤도 힘들구나’라는 것을 알아주신다는 것을 느낀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자신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면, 사람은 그 대상에게 진심을 담기 마련이다. 힘든 일정에도 서진용이 오늘도 이를 악물고 던질 수 있는 건 팬들의 그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고,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다.

운도 조금 따랐다고 했다. 서진용은 “실점을 해도 경기가 넘어간 건 별로 없었다. 지면 심리적으로 타격이 큰데 그래도 계속 이겼다. ‘복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고비를 잘 버티고, 휴식도 갖추면 구위는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형들이 불펜으로 왔고(노경은 문승원), 승원이형이 8회를 든든하게 막아주면서 멀티이닝 소화도 줄어들 것 같다”이라고 기대했다. 

몇 차례 실패 끝에 다시 찾아온 마무리의 기회다. 그렇게 원했을 때는 그 자리가 안 잡혔는데, 별로 생각이 없이 맞이한 시즌에서 자리가 잡혔다. 욕심이 날 법도 하지만, 지난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서진용은 그냥 말없이 웃는다. 서진용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중간이든 마무리든 팀 성적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오로지 팀 성적만 생각하고 있다. 팀이 이긴다는 건 나도 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고 각오를 다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