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강화 재활 훈련 당시. 왼쪽부터 문승원, 최현석 코치, 박종훈 ⓒ김태우 기자
▲ 지난 2월 강화 재활 훈련 당시. 왼쪽부터 문승원, 최현석 코치, 박종훈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재활 훈련 과정을 한 번쯤은 눈으로 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시작합니다”는 강화SSG퓨처스필드 관계자의 이야기에 나름 새벽부터 강화로 움직였다. 아직 아침 공기가 남아있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에는 아무도 없었다. 훈련 일정을 잘못 알았나 싶었다.

그때 회복실에서 문을 열고 나온 박종훈(31)은 “오늘의 첫 재활 프로그램은 이미 끝났다”고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당시 강화SSG퓨처스필드 입소를 자청한 박종훈은 오전 6시부터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 말하면서 “(문)승원이형은 주위의 닭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고 껄껄 웃었다. 물론 옆방에 있는 문승원(33)의 준비 과정을 아는 박종훈의 기상 시간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은 지쳐 보였다. 지난해 6월 나란히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문승원 박종훈은 SSG 투수들 중에서도 자기 관리가 성실하기로 소문이 난 선수들이었다. 자기 훈련은 항상 다 끝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운동량도 많았다.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오전 일정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그들조차 “힘들다”고 했다. 그렇게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이가 누군지 궁금했다. 두 선수는 망설임 없이 최현석 컨디셔닝코치를 지목했다. ‘악마’라고 외치는 두 선수의 얼굴에는 알 듯 모를 미소가 퍼져 나갔다.

타협이 없었던 강화의 악마, 속으로는 조마조마했다

문승원 박종훈은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 자원이다. SSG 마운드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들의 정상적인 재활은 그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아무리 팔꿈치가 상대적으로 정복된 분야고 재활 성공 사례가 많다고 해도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이들이 은퇴할 때까지, 이 부위에 다시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철저하게 재활하고 관리해야 했다. SSG는 재활을 이끈 경험이 풍부한 최현석 코치에게 이 중책을 맡겼다.

재활은 지루함과 두려움을 먼저 이겨내야 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철저한 계획 속에 움직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칼을 댄 부분의 상태를 100% 회복시키기 위해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야 한다. 최 코치는 적어도 훈련에서는 타협이 없는 지도자였다. 스스로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숙식을 하는 선수들이야 씻고 준비해서 나오면 그만이지만, 출퇴근을 하는 최 코치는 정말 새벽 밤잠이 없는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지각을 한 적은 없었다. 두 선수가 있는 곳에는 항상 최 코치가 있었다.

힘들었던 재활을 거쳐 1군에 복귀한 두 선수는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자리에서 옛 추억을 꺼내 놨다. 박종훈은 “아마 컨디셔닝코치님 중에 최 코치님이 가장 운동을 많이 시킬 것이다. 이 파트에서 운동량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승원은 “나는 시키면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최 코치님은 프로그램을 내주고 ‘힘들면 그만해도 돼’라고 말한다. 그게 또 운동선수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 아닌가. 그래서 더 자극 받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 최 코치는 박종훈을 위한 언더핸드 재활 매뉴얼을 사실상 다시 만들었다 ⓒSSG랜더스
▲ 최 코치는 박종훈을 위한 언더핸드 재활 매뉴얼을 사실상 다시 만들었다 ⓒSSG랜더스

코치도 사람인 이상 선수들이 힘들어하면 심리적으로 안타까울 수 있다. 그러나 훈련을 할 때는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선수들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그런 최 코치도 사실 선수들이 방으로 돌아가면 코치실에 앉아 남모를 고민을 하곤 했다. 이 선수들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재활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관련 지식을 공부하고, 재활 일정을 매일매일 고민했다.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최 코치는 “선수들의 팔꿈치 상태에 따라 하루하루가 바뀌었던 것 같다. 통증이 없으면 잘 되고 있나 싶기도 하면서도, 안 좋을 때는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조차 의심에 의심을 품더라. 항상 조마조마했다”면서 “아픈 선수들을 데리고 나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팔꿈치 수술을 해본 적도 없고, 야구를 해본 적도 없다. 선수들을 통해 공부하고 알고 배웠다”고 떠올렸다.

마음을 보듬었던 강화의 엄마, 선수들은 진심을 안다

재활은 단순히 선수의 몸만 잘 고쳐놔서 되는 게 아니다. 특히 팔꿈치와 같은 큰 수술은 재활 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 간다. 남들이야 금방 지나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몸은 물론 마음도 피폐, 또 황폐해진다. 그래서 재활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 잘 보듬는 게 기본이다. 최 코치는 훈련장에서는 ‘악마’였지만, 그 외의 일상에서는 자상한 ‘엄마’였다.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선수들도 그 온기와 진심을 알고 있었다.

사실 박종훈의 경우는 특이 케이스였다. 수술을 한 미국에서는 언더핸드 투수 수술 경력이 별로 없었다. 그들도 처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코치는 “언더핸드 투수의 팔꿈치에 오히려 부하가 더 많이 걸린다”고 했다. 박종훈도 처음에는 매뉴얼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때 최 코치가 먼저 나섰다. 스스로 공부했고 선수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박종훈은 “미국은 재활의 모든 프로그램이 오버핸드 투수 위주로 되어 있다. 사이드나 언더핸드 투수 매뉴얼은 많이 부족하다. 그게 불안했다”면서 “그런데 최 코치님이 해당 병원까지 연락을 해서 자료를 주고받고 엄청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 내가 불안해지지 않게 여러 자료를 미리 준비해주시고 하니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멘탈적으로 내가 힘들 때 조금 둥글둥글하게 많이 표현도 해주셨다. 이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문승원도 “재활군에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있는데 거의 1시간씩 매일 마사지를 해주고 치료도 해주셨다. 그게 너무 감사하고 마음에 와 닿았다. 선수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 수용해주셨다”면서 “재활을 하면서 별로 힘들지 않게 느꼈던 건 다 최 코치님의 작용이 컸던 덕분이다. 그냥 숨 쉬듯 일어나서 운동하고 다시 운동하는 너무 똑같은 패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최 코치님은 그래서 좋은 재활 코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군 복귀를 눈앞에 두고 갑작스레 발생한 어깨 염증으로 고생한 박종훈은 그때도 최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박종훈은 “사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 코치님께서 ‘나는 네 팔꿈치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걱정하지 말아라’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도 내 자신을 믿게 되더라. 팔꿈치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고 그렇게 복귀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 성공적인 재활을 마친 문승원은 시속 150km 강속구를 되찾았다 ⓒSSG랜더스
▲ 성공적인 재활을 마친 문승원은 시속 150km 강속구를 되찾았다 ⓒSSG랜더스

14개월 재활의 졸업… 이제 꿈은 하나로 통한다

그렇게 기나긴 약 14개월의 재활을 거쳐 두 선수는 차례로 재활 과정을 졸업하고 최 코치의 곁을 떠났다. 문승원이 전반기 막판, 그리고 박종훈이 후반기 시작에 맞춰 돌아왔다.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복귀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수술한 팔꿈치에 어떠한 이상도 느끼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군 코칭스태프까지 감사를 표할 정도다. 조웅천 SSG 투수코치는 “재활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텐데 건강하게 1군에 올려줘서 너무 고맙다. 긴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너무 고생이 많았고, 재활 코치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나 또한 느낀 것 같았다”면서 “승원이는 불펜에 적응하는 과정인데 트레이닝파트와 상의해서 건강하게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훈이는 많은 투구 수를 거쳐서 준비하고 올라왔다.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 던지는 게 목표”라고 고마워했다.

돌아보면 순식간에 지나간 14개월이지만, 선수들은 강화의 ‘악마’이자 ‘엄마’와 함께한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재활 당시 만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 너무 좋으신 분이다.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선수들이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박종훈은 “너무 감사했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뭘 해 드려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모든 것에 있어 다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은 자신의 건강이 누구 하나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빚을 갚는 일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문승원은 “안 아파야 한다. 물론 팀에도 중요하지만, 이건 최 코치님의 커리어에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도 아프기 싫고, 팀에 피해를 더 주기도 싫지만 내가 잘못돼 괜히 최 코치님의 명성에 피해를 주기가 싫다”고 강조했다. 단호한 어조에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다른 재활 선수로 눈을 돌리는 최 코치의 꿈은 단순할 것이다. 다시는 강화에서 두 선수와 마주하지 않는 것이다. 14개월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뒤, 이제는 또 서로 각자 가야 할 길을 가고 있지만 꿈은 이처럼 하나로 통한다. 14개월 동안 단단하게 만든 고리가 이제 SSG의 5년, 나아가 10년을 버틸 준비를 모두 마쳤다. /SSG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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