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3번째 9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한 박해민 ⓒ곽혜미 기자
▲ 역대 3번째 9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한 박해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4일 KBO리그에서는 가치가 큰 도루 관련 기록들이 두 개 나왔다. 우선 사직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 박해민(LG)이 9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했다. 정근우(11년 연속), 김주찬(9년 연속)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 기록이었다. 

박해민은 데뷔 2년차인 2014년 36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꾸준히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 기간 2019년 24개가 최저 기록이고, 2015년에는 60도루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LG로 이적한 올해도 20번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실패는 단 세 번이었다.

잠실에서는 김지찬(삼성)이 개막 후 22번의 도루를 실패 없이 내리 성공시키며 이 부문 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하성(샌디에이고)이 기록한 21개였다. 2020년 데뷔 후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이기도 하다. 김지찬은 4일까지 김혜성(키움‧30개)에 이어 도루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이 기록을 직접 지켜본 이대형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김지찬이 22연속 도루를 성공시킨 건 운도 조금 따랐겠지만 대단한 기록”이라고 칭찬하면서 “다만 김지찬 정도의 선수라면 더 많은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그 전체적으로 50도루에 도전하는 선수가 적어도 2~3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도루는 주자의 능력으로 이를 실현시킬 수 있고, 여기에 상대 배터리와 수비 시프트에도 성가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한 가치가 있다. 다만 리그 양상에 따라 시도 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 타고투저 양상에서는 실패 부담이 있는 도루의 가치가 조금 낮아지기 마련이다. 부상 위험도 있는 만큼 시도 자체가 줄어든다. 반대로 투고 양상에서는 도루나 희생번트의 시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KBO리그도 트렌드가 있었다. 2006년부터 2015~2016년 정도까지 약 10년은 ‘대도’들의 시간이었다. 50도루 이상 성공 사례가 이 기간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 66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통산 505도루를 기록한 이대형을 필두로, 김주찬 박해민 정근우 이종욱 김종호 박민우 등이 50도루를 한 차례 이상 달성했다. 

그러나 타고투저 시대에 접어들면서 도루 시도 자체가 줄었다. 50도루는커녕, 50번의 도루 시도를 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17년 이후 50번 이상의 도루를 시도한 선수는 2017년 박해민(52회), 그리고 지난해 김혜성(50회)이 전부다. 올해도 산술적으로 50도루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은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사인을 보는 것에 있어 너무 신중한 감도 있다. 최근 야구에서 0-1로 뒤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8회나 9회에 대주자로 나갔는데 초구부터 도루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야구가 매일 큰 점수차로 이길 수는 없다. 도루라는 게 다이내믹한 측면도 있고, 상대 배터리와 주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팬들이 즐거워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가 끊긴 ‘50도루’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이 위원은 “3할 정도 치는 선수들은 포커스가 타격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도루는 크게 인정을 못 받기 때문이다. 50개씩 도루를 하면 타율이 조금 떨어져도 경기에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혜성 박해민 김지찬 황성빈 정도는 50도루를 노려볼 만한 능력들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후보를 뽑았다.

통산 338도루를 기록 중인 박해민은 여전한 기동력을 자랑한다. 배터리와 수 싸움 등 경험도 풍부하다. 김혜성은 근래 들어 가장 도루를 많이 성공시킨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 46도루를 기록했고, 올해도 도루 타이틀을 향해 달린다. 김지찬과 황성빈은 새로운 엔진들이다. 역시 빠르고 기민하다는 장점이 있다. 풀타임으로 뛰면서 출루율이 더 높아지고 더 과감해진다면 더 많은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들로 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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