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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사랑으로 큰 '192㎝' 손자…"하늘에서 지켜봐주세요"

작성일: 2022.08.05 13:53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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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정철원(왼쪽)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정철원(왼쪽)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할머니 하늘에서 잘 지켜봐 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두산 베어스 필승조 정철원(23) 지난 6월 외할머니를 떠나보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손에 자란 추억이 커 슬픔도 컸다. 정철원은 그런데도 경조사 휴가를 쓰지 않고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외조모상 소식이 들린 지난 6월 18일 잠실 kt 위즈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5-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외할머니와 작별하고 약 2개월 뒤 정철원은 꾹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지난 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⅔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로 3-1 승리에 이바지하며 시즌 12번째 홀드를 챙긴 뒤였다. 

정철원은 중계방송사였던 KBSN과 방송 인터뷰에서 신인왕 가능성을 말하다 외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난달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TV로 손자가 야구하는 걸 못 보셨다. 신인왕이라도 한번 타서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랐다. 키도 잘 크고, 맛있는 것도 잘해주셔서 건강히 잘 자랐다. 하늘에서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다 울컥해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산이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정철원을 지명할 때 이미 외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손자였다. 할머니의 사랑으로 잘 큰 덕분에 키는 192㎝까지 자랐다. 지명 당시 당장 1군 투수들을 밀어낼 준비는 안 됐지만, 강속구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해 특급 유망주로 분류해 키웠다. 어린 나이에도 돋보이는 경기 운영 능력과 주자 견제 능력, 수비 등 기본기가 탄탄했다. 위기에도 움츠러들지 않은 두둑한 배짱까지 완벽했다. 신인 시절 140㎞ 중반대였던 구속을 더 끌어올리는 게 마지막 숙제였다. 

구속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였다. 정철원은 "고등학교 때나 막 두산에 입단했을 때는 구속이 많이 나와봐야 145㎞였다. 프로 2년차에 조금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신인 시즌에 1군에 등록은 됐는데 한 경기도 못 던지고 내려온 게 많이 속상하고 분했던 것 같다. 2년차 때는 잘해보고 싶어서 당시 퓨처스팀에 계신 정재훈 코치님과 백차승 코치님(현 NC 코치), 지금은 SSG에 계신 조웅천 코치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백차승 코치님은 투구 메커니즘, 조웅천 코치님은 하체 활용법, 정재훈 코치님은 마무리투수 출신이니까 경기 운영하는 법을 많이 알려 주셨다. 그렇게 해서 시속 149㎞까지 끌어올려 놓고 군대를 갔다"고 설명했다. 

전역하고 돌아온 정철원에게 올해 드디어 기회가 왔다. 두산은 지난 5월 정철원을 계획대로 정식선수로 등록해 중용하기 시작했다. 입단 5년 만에 1군 무대에 오른 정철원은 펄펄 날았다. 최고 152㎞에 이르는 강속구를 씩씩하게 꽂아 넣으며 단번에 김태형 두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격조에서 곧장 필승조로 승격됐고, 지금은 대체 불가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35경기 성적은 2승, 12홀드, 1세이브, 44⅓이닝, 평균자책점 3.45다. 신인왕 자격을 갖춘 투수 가운데는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2군에만 머물렀던 지난 5년도, 1군의 꿈을 이룬 지금도 정철원은 그저 즐거웠다. 그는 "2군에서도 배울 게 많았다. 힘들고 지치지 않았다. 내가 준비가 안 돼서 안 불러주셨던 것이고, 코로나 때 군대도 잘 다녀온 것 같다. 신인 때는 불펜진이 빵빵했다. 배영수 코치님이 선수로 계셨고, 권혁 선배님도 선수로 계셨다. 그때는 2군에서 몸을 만들고 군대 다녀와서 올해부터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딱딱 맞아떨어졌다. 올해는 나도 이제 필요한 선수가 됐다는 게 정말 좋다. 두산이란 팀에 필요한 선수가 돼서 좋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필승조가 되면서 한 차원 높은 성장통을 겪었다. 이때는 포수 박세혁(32)의 조언이 힘이 됐다. 정철원은 "확실히 2군이랑 다르다고 느낄 때였다. SSG전에서 한유섬 선수한테 홈런을 맞은 뒤로 직구 자신감이 떨어졌다. KIA전에서는 최형우 선수한테 볼넷을 주고 역전당한 일도 있었다. (박)세혁 선배님께서 변화구도 괜찮지만, 너무 직구를 안 맞으려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타자가 직구를 노리고 있어도 네 직구가 더 좋다고 생각하고 직구로 이겨야 한다고 하셨다. 그 뒤로 다시 직구를 쓰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변화구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혁 선배님의 조언 덕분에 내 장점이 직구라는 걸 깨달은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외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정철원은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 한다. 당장 신인왕은 꿈으로 남겨두고 팀의 5강 진출을 위해 더 힘쓸 예정이다. 두산은 5일 현재 41승50패2무로 6위에 머물러 있다. 5위 KIA 타이거즈(48승46패1무)와 5.5경기차로 거리는 조금 있다. 

정철원은 "처음 1군에 왔을 때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팀과 같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개인 성적은 열심히 하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팀이 많이 이겨서 5강 안에 들어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 나는 아직 가을야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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