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시즌 첫 홈런과 데뷔 후 첫 투수 등판을 동시에 경험한 장유쳉
▲ 7일 시즌 첫 홈런과 데뷔 후 첫 투수 등판을 동시에 경험한 장유쳉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마추어 시절부터 대만 야구를 대표하는 유망주로 이름을 날린 장유쳉(27‧탬파베이)은 최근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붙어있을 수 있느냐, 혹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접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능력에 펀치력까지 갖춘 장유쳉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9년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21년에는 89경기에 나가 제법 많은 플레잉타임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한 성과는 없었다. 수비 활용성은 있지만 공격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클리블랜드에서 네 시즌 동안 131경기에 나가 타율 0.208, OPS(출루율+장타율) 0.637에 그친 장유쳉은 올 시즌 초반 방출의 쓴맛을 봤다. 피츠버그로 이적했지만 피츠버그에서도 18경기를 뛴 뒤 다시 방출됐다. 이런 장유쳉을 눈여겨본 팀은 야수들의 부상으로 라인업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탬파베이였다.

확실한 주전 선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탬파베이 이적 후 나름 방망이 감이 좋은 장유쳉이다. 탬파베이에서 14경기에 나가 40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42, OPS 0.849를 기록 중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는 나름 쏠쏠한 방망이다. 부상자 복귀 상황을 지켜봐야 하나 당분간 ‘방출’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성적일지도 모른다. 

7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와 원정 경기에서는 선발 9번 3루수로 나와 시즌 첫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게릿 힐의 2구째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몰리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장유쳉은 환한 미소로 그라운드를 돌며 자신의 현재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데 이날 홈런 포함 2안타를 기록한 장유쳉이 가장 주목을 받은 순간은 오히려 8회말 상황이었다. 탬파베이는 팀이 1-7로 뒤진 8회 더 이상의 추격을 포기하고 장유쳉을 마운드에 올렸다. 장유쳉 개인적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투수 등판이었다. 타석과 수비에서 미소와 함께 경기를 치르고 있었던 장유쳉이지만,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완전히 굳인 표정으로 투구에 집중했다. 

홈런 한 방을 포함해 2실점하기는 했지만 투수로서의 승부욕도 보여주며 팬들과 현지 중계진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장유쳉은 초반에는 40마일 초‧중반대의 이른바 ‘이퓨즈’ 볼로 디트로이트 타자들을 상대했다. 최저 구속은 39.7마일(64㎞)의 아리랑볼이었다. 

그런데 칸데라리오에게 안타, 1사 후 스쿱에게 투런포를 맞자 승부욕이 발동됐는지 갑자기 구속을 끌어올려 눈길을 모았다. 카스트로 타석에서는 갑자기 76.3마일(122.8㎞)의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어 카스트로를 뒷걸음질 치게 하더니 그 다음에는 이날 최고 구속인 78.8마일(약 127㎞)짜리 공을 던졌다. 

100% 전력 투구는 아니지만 비교적 제구가 안정돼 그럭저럭 투수가 던지는 느낌을 보여줬다. 등판이 마무리된 뒤 탬파베이 동료들이 박수로 장유쳉을 격려했다. 경기가 넘어간 상황임에도 코칭스태프 또한 미소로 장유쳉을 반겼다. 이날 장유쳉은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캐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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