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형이 한번 해볼게 했는데, 현실이 돼서 기분 좋은 밤이 될 것 같습니다."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32)은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7-4 대역전승의 주역이었다. 허경민은 4-4로 맞선 9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6-4로 뒤집으면서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1이닝 6실점)을 끌어내리는 강력한 한 방이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만세 세리머니를 펼쳤던 이종범(52, LG 트윈스 2군 감독)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이종범은 2006년 3월 16일(한국시간) 미국에서 치른 제1회 WBC 2라운드 일본전 8회초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결승 2타점 적시타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종범은 이때 3루까지 노리다 아웃됐지만,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며 활짝 웃었다.       

허경민은 결승타를 친 순간 16년 전 한국에 짜릿한 승리를 선물했던 이종범을 떠올렸다. 그는 "3볼에서 시작했고, 3볼에서 타격 사인이 나왔는데 소심한 성격 때문에 못 쳤다. 볼카운트 3-1에서 파울이 되는 순간 이번 공(6구째)은 대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구가 날아가는데 WBC 이종범 선배가 좌중간 안타를 칠 때처럼 속이 뻥 뚫린 것 같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평소보다 세리머니 동작을 더 크게 하면서 기쁨을 충분히 만끽했다. 이종범처럼 주루사를 하거나 만세를 부르진 않았지만,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왼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허경민은 "평소 세리머니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무더운 날씨에 내 액션으로 동료들이 웃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결승타에 힘을 실어준 후배 안재석(20)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안재석은 이날 대역전승의 숨은 주역이었다. 1-4로 뒤진 8회초 2사 후 정해영이 등판했을 때 첫 타자가 안재석이었는데, 우월 솔로포로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정수빈의 동점 투런포, 허경민의 결승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졌고, 안재석은 9회초 2사 2루에서 바뀐 투수 박준표에게 우중간 적시 2루타를 뺏어 7-4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허경민은 "(안)재석이가 내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님이 오늘(6일) 한 건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 요 녀석이 자기 홈런 쳤다고 선배 기를 살려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형이 해볼게' 했는데, 현실이 돼서 기분 좋은 밤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6위 두산(43승50패2무)은 이제 5위 KIA(48승48패1무)에 3.5경기차까지 따라붙었다. 허경민은 "이기려고 매일 준비한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 두산이 계속 잘할 수 있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해야 쫓기지 않고 야구를 할 것 같다. 우리 팀원들과 즐겁게 부상 없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49경기가 됐으면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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