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원 ⓒ곽혜미 기자
▲ 정철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대한민국이 16강에 올라가서 정말 좋고, 보면서 소리 질렀다. 축구처럼 야구도 국제대회에서 더 잘했으면 하는 의미로 준비를 해봤다."

3일 고척스카이돔에 '손흥민(30, 토트넘) 가면'을 쓴 선수가 등장했다. 올해 신인왕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우완 정철원(23)이 주인공이었다. 정철원은 이날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최하는 '2022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양신팀으로 참가해 5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정철원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카타르 알 라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H조 최종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켜봤다. 한국은 1-1로 맞선 후반전 추가 시간에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황희찬(26, 울버햄튼)의 극적인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반드시 포르투갈을 꺾어야 했던 한국은 1승1무1패 승점 4점을 기록해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정철원은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를 야구장에서도 이어 가고 싶었다. 여동생과 남동생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급히 손흥민 가면을 제작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보호 차원에서 특수 제작한 가면을 쓰고 뛰고 있다. 

정철원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6강에 올라가자마자 여동생이랑 초코파이 박스를 잘랐다. 남동생이 보고는 완벽하지 않고 어정쩡해서 보기 좋다고 하더라. 너무 급히 준비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남동생이 손흥민 선수 마킹 유니폼을 구하려고 아침에 영등포부터 강남까지 다 돌아봤는데, 내가 입을 수 있는 사이즈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축구를 좋아해서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미리 생각은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올라가서 정말 좋고, 축구처럼 야구도 국제대회에서 더 잘했으면 하는 의미로 준비했다. 경기 때 세리머니를 하면 분위기가 어떨지 한번 보고 싶다. 첫 타석에 들어설 때 마스크를 쓰겠다"고 덧붙였다. 

▲ 정철원 ⓒ곽혜미 기자
▲ 정철원 ⓒ곽혜미 기자

손흥민 세리머니를 준비한 만큼 특별히 응원 메시지도 남겼다. 정철원은 "마지막에 정말 결정적인 패스였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절었을 것이다. 완벽하게 해내실 줄은 몰랐다. 또 감수성이 풍부하시지 않나. 나였어도 울었을 것이다. 이게 맞나 싶어서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돌려 보면서 '제발 제발' 했다. 추가 시간 6분이었는데, 골을 넣으니까 왜 이렇게 많이 줬나 싶었다. 가족과 축구를 재미있게 봤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철원은 올해 혜성처럼 나타난 중고 신인이다.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기대주였지만, 지난해까지는 1군 마운드에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야구가 잘 풀리지 않자 현역으로 군 문제부터 해결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올해 1군 데뷔 시즌에 58경기, 4승, 3세이브, 23홀드, 72⅔이닝,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23홀드는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신기록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한해를 보낸 정철원은 앞으로 열릴 WBC,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을 꿈꿨다.

정철원은 "욕심이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나라를 위해 불러주시면 열심히 재미있게 던지고 싶다. 기대는 크게 하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웃으면서 밝게 하는 게 내 좌우명이다. 오늘(3일)도 재미있게 즐겨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 정철원 ⓒ곽혜미 기자
▲ 정철원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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