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알 라얀(카타르), 월드컵 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정말 옆에서 지켜봤지만, 얼마나 뛰고 싶을까,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까. 그런 생각만 했을 거예요."
1996년생 동갑내기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옆에서 소감을 말하던 절친 황희찬(울버햄턴)을 보면서 그간의 기다림을 한 번에 토해낸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그만큼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부른 결승골은 가치가 있었다.
황희찬은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후반 20분 이재성(마인츠05)을 대신해 교체 투입, 추가시간 1분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안겼다.
1승1무1패, 승점 4점이 된 한국은 우루과이(4점)에 골득실이 동률이었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이상으로 우루과이, 가나전을 걸렀던 황희찬이다. 포르투갈전도 교체 명단에 포함, 뛰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교체로 나서 결국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황희찬은 "(손)흥민이 형이 '오늘 네가 하나 해줘야 한다,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또, 교체로 들어가서도 많은 동료가 '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 1, 2차전을 뛰지 못해서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골 상황은 그야말로 놀라운 역습이 만든 결과다. 포르투갈 코너킥을 차단한 뒤 나온 볼을 잡은 손흥민이 한국 수비 진영에서 볼을 잡아 포르투갈 페널티지역 근처까지 치고 달려갔다. 뒤에서 질주한 황희찬은 수비 4명 사이를 통과한 볼을 그대로 오른발 슈팅,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는 "처음 경기장에 들어갈 당시 조금 아팠다. (거리가) 너무 멀다고 봤지만, 흥민이 형이 수비수들을 끌어주고 있었다. 기다려주겠다고 생각해 형을 믿고 뛰어갔다. 흥민이 형한테 또 패스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봤고 그곳으로 패스를 넣어서 쉽게 마무리했다"라며 공을 손흥민에게 돌렸다.
경기가 끝난 뒤 우루과이-가나전은 추가 시간이 진행 중이었다. 모두 중앙선 근처에 모여 결과를 기다렸고 한국의 16강이 확정된 뒤 환호했다. 그는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16강에 갈 자격을 충분히 보여줬다.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다. 결과를 보여줬기에 그런 믿음이 나올 수 있었다"라며 좋아했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의 출전 여부에 물음표를 던졌다. 대표팀 합류 직전 울버햄턴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기회를 받을 당시 너무 무리하게 출전해 햄스트링 통증과 마주했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제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료들이 아프면서도 정말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많이 나오더라"라며 "가나전이 끝난 뒤 '이제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저도 무엇이든 힘이 돼야겠다'는 각오로 세 번째 경기를 준비했다. 다행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회복해서 경기장에 나올 수 있었다"라며 의지가 만든 출전임을 전했다.
동료들에게 감동 받았다는 황희찬은 "검사 결과를 보니까 월드컵 기간보다 회복 기간이 더 길었다. 의무팀과 동료들이 믿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다. 좋은 결과까지 만들어내서 정말 기쁘다"라고 답했다.
복귀했으니 브라질과의 16강 선발은 가능할까. 그는 "뛸 시간은 계속 생각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경기에 나설 옵션을 감독님께 만들어드리는 것이다. 뛸 시간은 감독님이 정한다"라며 벤투 감독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어쨌든 월드컵 첫 골은 소중하다. 그는 "자랑스럽고, 그 순간이 정말 힘들었고, 기쁘다. 동료들이 뛰어오고 있었고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것을 보니까 말로 표현하기 힘들더라"라며 순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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