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와 손흥민(왼쪽부터)
▲ 벤투와 손흥민(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도하(카타르) 월드컵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 파울로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과 여정을 끝냈다. 4년 4개월 동안 월드컵을 향해 달렸고, 숱한 비판 속에도 묵묵하게 팀을 만들어 12년 만에 원정 16강을 해냈다.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에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주도적인 축구를 하길 원했다. 체계적인 빌드업부터 수비 조직력까지 담금질을 하면서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했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말도 많았다. 후방부터 짜임새 있는 빌드업이 한국 축구에 적합하냐는 여론이었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손흥민 활용법'도 매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력에 따라 숱한 비판을 받았지만, 벤투 감독은 외길을 걸었다. 험난했던 월드컵 최종예선을 무난하게 통과하며 전 세계에서 6번째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대업을 쌓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연속 본선 진출 쾌거였다.

카타르 월드컵 직전까지 벤투 감독에게 물음표가 붙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세계에서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한국 대표팀은 H조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에 주눅 들지 않았고 1승 1무 1패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 상대는 세계 1위 브라질이었다. 브라질 빈틈을 노리며 역습을 준비했지만, 세계 최고의 벽은 높았다. 전반에만 4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후반전 백승호의 만회골이 터졌지만 1-4 패배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부터 이미 결정한 부분이다.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 내가 같이 일한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선수들이라 생각한다"라며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과 작별을 말했다.

이제 벤투 감독은 떠나고, 새로운 지도자 아래에서 4년을 준비한다. 황희찬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날쌘 모습을 보였고, 이강인이 잠재력을 뽐냈다. 하지만 올해로 만 30세에 접어든 손흥민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월드컵 역대 최고령 선수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박규정이다. 1915년생 박규정은 당시 39세 2개월의 나이에 헝가리전에 출전했다. 2위와 3위는 1954년 대회에 출전한 정국진(37세 6개월)과 정남식(37세 5개월)이다.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은 노장들이 많았다. 6.25전쟁으로 선수 육성의 맥이 끊겨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에 활약하던 선수들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로 한정하면 2010년 월드컵 당시 이운재(37세 2개월), 2006년 월드컵 당시 최진철(35세 3개월), 2010년 월드컵 당시 안정환(34세 5개월) 순서가 된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많아지면서 해외파에 눈을 돌려봐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고 한국 대표팀 주장을 했던 박지성은 29세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기성용과 구자철도 30세에 한국 대표팀을 떠났다. 해외를 오가는 빡빡한 일정과 성치 않은 몸 컨디션이 원인이었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다. 런던과 아시아를 오가면서 장거리 비행을 한다.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대표팀 경기를 치른다. 4년 뒤에 어떤 리그에서 뛰고 있을지 모르지만, 톱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물론 손흥민은 늘 대표팀을 말하면 "영광스럽고 오래 뛰고 싶은 자리"라고 말했다. 몸이 닿는데까지 대표팀과 함께하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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