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사단으로 불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 ⓒ연합뉴스
▲ 벤투 사단으로 불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 ⓒ연합뉴스
▲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쫄지 않고 주도하는 경기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선수들에게 심어줬다. ⓒ연합뉴스
▲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쫄지 않고 주도하는 경기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선수들에게 심어줬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하(카타르), 월드컵 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 앞으로의 4년을 설계할 감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계에 떨어진 중요한 질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 전진을 멈췄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에 압도당하며 전반에만 4골을 내주고 1-4로 졌다. 전반을 버텼다면 후반에 더 힘을 냈던 흐름이었지만, 선수층이 이원화는 사치였기에 냉엄한 현실만 확인했다. 

그래도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치밀하고 세분된 기록과 기준으로 묶어 16강이라는 성과물을 만들었다는 점, 세계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전략, 전술을 잘 짜냈다는 점은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갈 기준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벤투 감독의 재임 기간은 4년 4개월이다. 역대 사령탑 중 가장 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변수가 되려 한국 축구에는 지도자의 연속성을 이어주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은 4년 넘게 호흡한 벤투 감독에게 만족감을 보였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1년짜리 감독과 호흡했다. 매번 기를 쓰고 뛰었지만, 16강은 오지 않았고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었던 벤투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선수단의 리더로 흔들리지 않았다. 누구나 하는 빌드업에 기반을 둔 점유율과 주도적인 경기력으로 상대에 맞서는 경기를 보여줬다. 

브라질전 직후 손흥민은 "4년 동안 선수들이 감독님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 4년의 시간은 정말 중요했다.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저희는 의심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많은 분이 의심하지 않았나. 결국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다 같이 박수를 쳐줬다. 어찌 보면 4년 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선수들 몸속에 잘 익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임기가 보장된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렸다.

과정에서의 계획과 기준이 확실하다면 확실하게 잡아주는 것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과 동갑내기 미드필더 손준호(산둥 타이산)는 "대표팀 감독 중 4년을 한 지도자는 벤투 감독밖에 없지 않나. 잘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다. 그만큼 믿어야 한다. 앞으로 4년을 책임질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믿고 다시 기대해 응원하면 다음 월드컵도 한 감독님 4년 동안 준비를 잘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라며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4년을 분명하게 책임지는 사령탑 선임이 필요함을 전했다. 

맏형 김영권(울산 현대)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매 월드컵마다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고 늘 감독님이 교체됐다. 준비하는 시간도 짧았다. 이번에는 벤투 감독 체제로 4년을 준비했다. 여유도 있었고 안 좋았던 상황을 개선하는 배움도 있었다. 4년간 서로를 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라며 서로의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을 깊이 가지는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기간 감독 선임은 일장일단이 있지만, 적어도 분명한 과정속에서 결과물을 만든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일관되게 점유율을 기반으로 상대를 기민하게 제압하는 과정을 심었고 이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지나 본선에서 그대로 나왔다. 

성적과 상관없이 고유의 팀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분명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월 급히 지휘봉을 잡았던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경우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8강전 패배 이후 선임된 뒤 강력한 수비 축구를 구축했다. 무려 9년 동안 이란을 맡으면서 분명한 색채로 쉽게 이기기 어려운 팀 컬러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갑자기 이란으로 돌아왔지만, 잉글랜드전을 제외하면 그래도 이란 특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우루과이의 경우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과 2006년 첫 인연을 맺고 15년을 동행했다. 임기 말 다소 부진해 경질됐고 디에고 알론소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정체기를 겪다 탈락했지만, 이전의 우루과이는 분명 강했다. 

'독이 든 성배'로 대표팀 사령탑을 만들지 않으려면 확실한 기준과 선수들과의 확고한 믿음, 흔들림 없는 과정, 여론의 질타에 감독 앞에 나서서 설명하는 등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벤투 감독이 고난에 빠졌던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었는지 생각도 필요한 축구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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