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환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김재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그 형은 진짜 인정해요."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35)이 2016년 주전으로 도약했을 때 한 동료가 했던 말이다. 김재환이 2016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했다는 건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산에서 훈련량으로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선수들도 "김재환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매일 흘린 땀이 모여 지난해 4년 115억원 FA 대박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김재환은 가만히 있어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한 코치는 "김재환은 방망이가 안 맞으면 자청해서 특타를 하기도 하고, 경기 끝나고 남아서 훈련을 하고 가기도 한다. 팀의 주축 타자이고 4번타자인 선수도 그렇게 운동하는데 후배들이 집에 그냥 갈 수가 있겠나"라고 이야기했다. 

2021년 시즌 도중 주장을 맡은 뒤로는 후배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 했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 보이는 후배가 보이면 더더욱 그랬다. 김재환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8년 1라운드 4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차기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2015년까지 무려 8년을 사실상 2군 선수로 지냈다. 

김재환을 주전으로 이끈 건 결국 땀이었고, 후배들에게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김재환은 한 후배에게 자신이 그랬듯 "하루에 몇 시간씩 매일 배트를 돌리자"는 약속을 받아냈고, 후배가 모르게 진짜 훈련하러 나갔는지 확인하고 챙기면서 진심으로 후배의 성공을 바랐다. 

김재환을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어린 후배들이 하나둘 입단하자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재환은 지난해 송승환(23) 제대하고 처음 1군 콜업된 날 신은 낡은 운동화를 보고는 사비로 새 운동화를 사줬다. 2021년 신인 강현구(21)가 지난해 처음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을 때는 "너무 말랐다. 잘 먹어야 잘 칠 수 있다"며 따로 데리고 나가 밥을 사주기도 했다. 

이제 김재환은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4번타자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후배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김재환은 지난해 128경기, 타율 0.248(448타수 111안타), 23홈런, 72타점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는 허경민(33)에게 주장 완장을 넘기고 한 발 물러나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재환이 지난해 부진했고,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팀의 주포라서 그 선수가 경기에서 안 좋아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주장까지 맡으면 부담감이 배가 되지 않나 싶었다"고 밝혔다. 

허경민은 "(김)재환이 형이 '수고해라' 한마디 해주셨다. 재환이 형께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재환이 형이 워낙 성격이 좋아서 그동안 동생들을 잘 챙겨주셨다. 4번타자와 주장을 하면서 더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주장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4번타자로서 홈런을 많이 쳐주셨으면 한다. 고생은 내가 하겠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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