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랜드의 '가성비 카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드류 루친스키 ⓒ 곽혜미 기자
▲ 오클랜드의 '가성비 카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드류 루친스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SK에서 4년간 뛰며 통산 48승을 거둔 메릴 켈리(35‧애리조나)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뤘다. 켈리는 2015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리그 경력밖에 없었지만, 한국에서 기량을 발전시키고 좋은 평가를 받은 끝에 2019년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켈리는 2+2년의 계약이었고, 첫 2년의 계약은 합계 연봉이 500만 달러에 불과한 선수였다. 그러나 켈리는 연봉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2019년 32경기에 선발로 나가 183⅓이닝을 던지며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하며 가성비 투수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축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3승2패 평균자책점 2.59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트레이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그 시점이었다. 켈리는 구단 친화적 계약을 가지고 있었고, 에이스급은 아니더라도 3~5선발로는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빅리그에서 실력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애리조나는 리빌딩 단계의 팀으로 트레이드 논의에 다소간 유연했다. 시즌 중반, 오프시즌마다 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켈리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2023년부터 진행되는 2년 18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팀에 남았다. 다만 여전히 구단 친화적 계약이라 할 수 있고, 애리조나의 2023년 시즌 중반 성적에 따라 다시 트레이드 루머가 떠오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켈리의 신화에 도전하는 드류 루친스키(35‧오클랜드) 또한 올해 성적에 따라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 KBO리그 통산 4년 동안 53승을 거둔 NC의 에이스 출신인 루친스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해 오클랜드와 1+1년 총액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해 300만 달러를 받고, 옵션이 실행되면 내년에는 500만 달러를 받는다. KBO리그에서 4년을 뛰었다는 점, 그리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는 점까지 켈리와 비슷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오클랜드는 팀 재정 여건상 시장에서 특급 선수를 사오기는 힘든 팀이다. 그래서 루친스키와 같은 가성비 좋은 투수들을 많이 모았다. 오클랜드의 올 시즌 성적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선발투수를 찾는 팀들과 언제든지 트레이드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최근 몇 년 동안 오클랜드의 상위 선발들은 상당수가 트레이드됐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루친스키가 올해 좋은 활약을 한다면 부담이 없는 연봉과 잔여 계약을 무기 삼아 트레이드될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이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TR)는 24일(한국시간) ‘루친스키는 1년 300만 달러에 계약했고, 2024년 구단 옵션은 500만 달러다. 만약 그가 KBO리그에서의 성적을 어떤 형태로든 콜리세움(오클랜드 홈구장)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는 지속적인 이닝이터이자 멋진 여름 트레이드 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루친스키가 켈리처럼 좋은 활약을 펼쳐 타 팀의 관심을 끌 만한 선수가 됐을 때를 가정한 이야기다. 통계 프로젝션 ‘ZiPS’는 올해 루친스키가 21경기에서 104이닝을 던진다는 가정 하에 평균자첵점 5.13, 예상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0.2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타 팀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숫자들이 아니다. 루친스키의 2023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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