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다들 (양)의지에게 기대하는 게 있잖아요."

두산 베어스가 호주 스프링캠프를 시작하자마자 포수 양의지(36) 영입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1일부터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양의지는 불펜 피칭장에서는 물론, 타격 훈련을 진행할 때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두산이 올겨울 역대 FA 최고 대우인 4+2년 152억원 계약을 제시하면서 안방마님을 되찾은 이유가 있었다.   

양의지는 1일과 2일 이틀 동안 불펜 피칭장에서 박치국(25), 정철원(24), 장원준(38), 곽빈(24)의 공을 차례로 받았다. 양의지가 공을 받으러 나타나자 국가대표 포수와 호흡을 한번 맞춰보려는 영건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는데, 일단은 급한 순서대로 줄을 섰다. 정철원과 곽빈은 양의지와 오는 3월 열리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특혜 아닌 특혜를 누렸다. 

박치국과 장원준은 과거 양의지와 두산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는 만큼 편안하게 호흡을 맞춰 나갔다. 양의지는 두 투수의 공을 받으면서 과거보다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기를 살려줬다. 무조건 칭찬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밸런스가 무너질 때는 바로바로 지적하며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철원과 곽빈은 양의지 앞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힘 있게 공을 던졌다. 곽빈은 의욕이 앞선 나머지 밸런스가 크게 무너져 폭투를 저지르기도 했다. 양의지는 잔뜩 긴장한 곽빈의 폭투에 웃음을 터트린 뒤 편하게 가운데만 보고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리드했다. 정철원 역시 힘을 빼고 밸런스로만 던지라고 수차례 주문했다. 

▲ 두산 베어스 박정배 불펜코치(왼쪽)와 대화하는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정배 불펜코치(왼쪽)와 대화하는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영건들과 호흡을 맞춘 뒤 "처음 보는 친구들이 많아서 어색한 게 있다. 내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기도 했고 제일 형이니까. 어린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어서 조심하고는 있다. 포수니까 잘해주면서 낯가림 없이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는 영건들이 양의지 앞에서 유독 더 긴장하고 공을 던지는 것 같다고 하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다들 의지에게 기대하는 게 있지 않나. 영향력이 있는 선수고, 선수들도 아니까 의지랑 하면 집중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당연한 현상이라고 짚었다.

양의지의 눈은 공을 받는 투수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불펜 피칭장에서 다른 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도 꼼꼼히 살폈다. 한 투수의 투구 버릇을 바로 짚어 내며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차이가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양의지는 배팅 케이지 옆에서도 영향력을 뽐냈다. 그는 2018년 시즌을 마치고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해 4년 동안 두산 타자들을 적으로 공략해왔다. 그동안 두산 타자들이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열심히 연구한 게 사실이다. 양의지는 4년 만에 다시 동료로 만난 두산 타자들에게 그동안 파악한 특징들을 알려주며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 양의지는 두산 포수조의 맏형으로 훈련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준호, 장승현, 박유연, 양의지, 안승한 ⓒ 두산 베어스
▲ 양의지는 두산 포수조의 맏형으로 훈련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준호, 장승현, 박유연, 양의지, 안승한 ⓒ 두산 베어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캠프에서 양의지와 식사를 하면서 NC에서 본 두산의 모습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려 한다. 양의지는 이 감독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묻자 "두산은 내가 다른 팀에 이적해서 봤을 때 상당히 버겁고 약점도 없는 팀이었다. 조그마한 찬스에 집중력도 대단하고, 응집력과 집중력이 확실히 좋다. 개인마다 능력이 좋아서 힘들더라. 작전에 맞춰서 선수들이 상대팀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하고, 경기할 때 정말 어려웠던 것 같다"며 계속해서 강팀 이미지를 이어 갈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두산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옛 동료들에게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부침을 겪은 4번타자 김재환(35)은 "(의지 형이 오면서) 내가 힘든 점을 이야기할 사람이 생겨서 기분도 좋고 편안하다. 팀에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연락을 많이 했고 만나면 항상 밥도 먹었으니까. 이제는 매일 보니 더 재미있다"며 든든한 지원군을 반겼다. 

양의지는 오는 12일 대표팀 합류를 위해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까지는 가능한 소속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그는 "가능한 투수들의 공은 한번씩 받아보고 싶고, (모르는 선수는) 이름도 알아가야 한다"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잘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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