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마무리캠프 때보다 더 좋아졌는데."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1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우완 이승진(28)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뒤 활짝 웃었다. 칭찬과 격려가 섞인 웃음이었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 때도 이승진을 긍정적으로 지켜보며 올 시즌 '50경기와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목표를 세워줬는데, 따뜻한 호주에서 이승진의 투구를 지켜보니 기대감이 더 올라간 듯하다.
사실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투수가 전력 투구를 하기는 어렵다. 이 감독은 이승진에게 "제구가 좋았다"고 구체적으로 칭찬하기도 했지만, 이 시기에 사령탑의 미소는 격려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승진 역시 이 감독이 어떤 마음으로 활짝 웃어주었는지 알기에 안도하진 않았다.
이 감독이 이승진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승진은 2021년 전반기까지는 필승조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시속 140㎞ 후반대 빠른 공의 구위가 좋았고, 결정구로 활용하는 커브 역시 빼어났다. 전반기 32경기에서 13홀드, 2세이브를 챙길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그러나 2021년 시즌 후반기부터 지난해까지 꽤 오래 슬럼프를 겪었다. 필승조에서 추격조로 내려오고, 나중에는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승진은 직구 구속이 140㎞ 중반대로 떨어지면서 커브의 효과도 반감된 것 같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2021년 이승진으로 돌아온다면 이 감독은 승부처에 쓸 수 있는 필승 카드 하나를 더 확보한다. 이승진이 이제는 슬럼프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신을 믿고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는 이승진이 지난 2년의 실패로 얻은 게 분명 있으리라 믿었다. 그는 "(이)승진이는 캠프 때 좋다. 매년 반복되는 것 같은데, 최근 2년 동안 캠프 때는 좋았으나 부침이 있었다. 승진이는 실패를 몇 번 해봤으니까 얻는 게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도 얻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이승진과 지난 3시즌을 함께하면서 어떤 선수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었다.
당장 만족하지는 않되 사령탑의 격려에 힘입어 계속해서 자신감을 쌓아 나가길 바랐다. 정 코치는 "정말 솔직하게는 작년, 재작년까지 스프링캠프 3년을 통틀어서 보면 올해가 그렇게 좋진 않다. 본인이 (페이스 조절을 위해) 조금 누르고 있는 게 보인다. '와~ 승진아'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느껴진다.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잘 준비해서 온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나도 승진이가 잘했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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