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적 흉통을 이겨내고 좋은 시범경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오태곤 ⓒSSG랜더스
▲ 일시적 흉통을 이겨내고 좋은 시범경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오태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몸은 괜찮느냐”는 질문에 오태곤(32‧SSG)은 “괜찮습니다”고 시원스레 답하더니 “다들 꾀병인 줄 안다”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아프긴 했다. 주위도 걱정했다. 그런데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니 그런 농담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SSG 내‧외야 멀티플레이어로 높은 전략적 가치를 평가받는 오태곤은 지난 2월 플로리다 캠프 당시 뜨끔한 일을 겪었다. 좋은 몸 상태로 캠프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장 주변에 불편함을 느꼈다. 부위가 부위인 만큼 운동을 계속 강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2월 17일 정밀검진을 위해 먼저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모두가 촉각을 기울였다. 자칫 잘못하면 선수 생명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었다.

다행히 2월 20일 1차 진료 결과 심장 문제는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다만 흉통이 일어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잡아내야 했는데 27일 2차 진단에서 “심장 수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상 생활이나 운동을 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선수는 물론, 주변까지 모두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키나와 2차 캠프에 참가하지는 않은 오태곤은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몸을 꾸준하게 만들었고, 시범경기부터 다시 1군 전력에 합류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맹타다. 특히 장타가 터지고 있다.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것에 이어 18일 창원 NC전에서도 1회 선제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 갔다. 시범경기 5경기 타율은 0.308, 장타율은 0.769에 이른다.

아팠다는 선수가 홈런을 펑펑 터뜨리니 ‘꾀병 의혹’(?)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도 SSG는 천만다행이다. 오태곤의 전략적 가치는 지난해보다 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태곤이 버텨야 SSG의 올해 야수 운영도 유동성을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보장 받은 선수는 아니다. 외야에는 최지훈 한유섬 에레디아라는 주전 선수들이 있다. 추신수도 수비에 힘을 보태고, 제1백업으로는 김강민이 대기한다. 1루는 일단 전의산이라는 거포 자원을 키워볼 생각이다. 그러나 전의산의 수비력은 아직 검증을 받지 못했고, 첫 시즌을 맞이하는 에레디아는 적응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시즌 중에는 최지훈의 아시안게임 차출 가능성도 있다. 

오태곤은 이 세 포지션에 다 들어갈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좌익수와 1루수로 출전했고, 올해는 최지훈의 공백에 대비해 중견수 훈련까지 했다. 시범경기에서도 각종 포지션을 오가며 부지런히 글러브를 바꿔 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구상을 짜놨는데 만약 오태곤이 없어졌다면 SSG는 큰 타격을 받을 뻔했다. 4년 최대 18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시작되는 해라는 점에서도 더 그렇다.

건강하게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오태곤의 개막 엔트리 진입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좋은 타격감도 반갑다. 오태곤은 지난해 백업 선수로는 대단히 많은 130경기에 나갔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631로 그렇게 좋지 못했다. 이 수비 및 주루 활용성에 타격까지 일정 수준에 올라오면 오태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주전 자리에 가까워진다. 아프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다시 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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