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역시 이정후는 이정후였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는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경기 14타수 6안타 5타점 타율 0.429를 기록했다. 대회 전부터 가장 기대받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월드 스타'다운 활약이었다.

특히 10일 한일전에서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16승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3회 2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5회에는 이정후처럼 내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게서 2루타를 때려냈다. 4-13으로 패한 한국의 유일한 멀티히트 타자였다.

이정후는 14일 귀국한 뒤 바로 15일 팀 훈련에 합류했고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서는 선발출장해 1회 KIA 1라운더 신인 윤영철을 상대로 안타를 치며 2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어 하루 쉬고 열린 18일 대전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에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는 1회 2사 후 한화 선발 문동주를 상대로 3볼 상황 가운데로 들어온 시속 152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당겨쳐 우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첫 홈런. 서서히 키워온 장타력이 시범경기 3타석 만에 빛을 발했다.

상대가 최근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강속구 투수 중 한 명인 문동주라는 것도 의미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 투수들이 대부분 150km를 넘기는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한국에서도 저런 투수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했고 리그 안의 강속구 유망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대상이 바로 한화의 문동주와 김서현이다.

그런데 이정후가 문동주에게 올해 첫 시범경기 피홈런을 안겨주며 "안주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한 것. 이날 최고 157km를 기록한 문동주는 경기 후 "역시 이정후 선배는 '클라스'가 다르더라. 3볼에서 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쉽게 들어간 것 같다"고 느낀 점을 밝혔다. 

이정후의 불방망이는 다음날에도 식지 않았다. 이정후는 19일 한화전에서 0-1로 뒤진 3회 2사 1루에서 펠릭스 페냐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고, 5-1로 앞선 4회 무사 1,2루에서는 중월 2타점 2루타를 치며 2안타 4타점 2득점 맹활약했다. 

지난해 리그 타격 5관왕을 석권한 이정후는 귀국하자마자 "시범경기에서 빨리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바뀐 타격폼을 최대한 익숙하게 만든 다음 시즌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 그 첫 희생양은 문동주였다. 이정후는 올 시즌 또 얼마나 많은 투수들을 상대로 '도장깨기'에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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