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새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27)는 영입에 꽤 많은 공을 들인 투수다. 협상 과정이 꽤 길었고, 인내한 끝에 이적료까지 포함해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100만 달러(약 13억1000만 원)를 꽉 채웠다.
그만한 ‘스펙’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필라델피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메디나는 지난해 뉴욕 메츠 소속으로 14경기에 나갔다.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여기에 나이도 아직 20대 중반으로 한창 전성기를 달릴 시기다. 공도 빠르다. 지난해 싱커 평균 구속은 시속 93.5마일(약 150.5㎞)에 이르렀다. 무시할 수 있는 구속이 아니다.
더 높은 곳에 가기 위해서는 더 강한 구위가 필요하다는 게 KIA의 결론이었고, 메디나는 그런 과정 속에 영입된 선수였다. 그리고 KIA는 메디나라는 투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고, 동료들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한 선수라는 것 또한 알아가고 있다.
구위는 좋다. 모두가 확인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은 꾸준하게 시속 150㎞ 언저리가 나온다. 메디나는 몸이 풀리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막대기 직구도 아니다. 무브먼트도 좋다.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다. 여기에 던질 수 있는 공이 제법 많다. 다양한 변화구를 갖추고 있다.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잡아낸 삼진의 개수도 만만치 않지만, 다만 구위파라고 해서 반드시 탈삼진 능력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어렴풋이 보인다. 오히려 지금까지 메디나는 예리한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게 장점인 선수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도 이런 장면이 계속 나왔다.
이날 메디나는 5회 1사까지 68개의 공을 던지며 총 1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중 삼진(6개)의 비중이 높기는 했지만 땅볼도 많이 나왔다. 7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제대로 맞아 멀리 뻗은 건 1회 로하스의 2루타 정도였다. 나머지는 약간 빗맞은 타구로, 코스가 좋은 안타들이 많았다. 이건 경기의 운, 타석의 운에 따라 언제든지 야수들의 수비 범위 내에 들어갈 수 있다.
성공적인 외국인 투수로 기억되는 애런 브룩스처럼 땅볼 유도형 투수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고 동료들의 수비 도움에 따라 그날의 경기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투수들에게 다 필요한 수비 지원이기는 하지만, 메디나에게는 특별히 더 필요한 요소다. 수비수들도 투수의 성향을 잘 알아야 수비 위치를 미리 잡거나 미리 구상하는 등 수비에서의 여유가 생긴다. 시범경기 등판은 메디나의 성향을 알아가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만큼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구종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볼 배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포수들이 알아가야 한다. 18일에도 패스트볼이 맞아 나가자 포수 한승택이 슬라이더 위주의 볼 배합으로 불을 껐는데 이런 부분들 역시 호흡을 계속해서 맞춰나가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남은 선발 등판은 두 차례 정도. 완벽하게 손발을 맞춘 상황에서 시즌에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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