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구의 세계화’라는 야심 속에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2023년으로 5번째 대회를 맞이한다. 과정을 보면 다소 더딘 것 같지만, WBC는 외형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본선 참가 팀 20개로 늘어났고, 각국이 더 좋은 라인업을 꾸리고 선수들이 더 의욕적으로 대회를 임하는 와중에 흥행도 순조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 팬들의 응원 소리도 이전보다 더 커졌다. 입장 관중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시청률에서도 그런 흐름이 뚜렷하게 짚인다.
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자 1‧2라운드를 홈에서 개최한 일본은 가장 성공적인 나라다. 당장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의 5경기가 모두 매진 사례를 이뤘다. 기본적으로 높은 야구 인기, 대회 성적에 대한 기대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대거 참가, 그리고 연이은 승리까지 흥행의 박자들을 두루 갖춘 채 순항했다.
일본 대표팀의 시청률은 계속해서 40%를 웃돌고 있다. 10일 한국과 숙명의 한일전 시청률은 44.4%로 역대 WBC 일본 경기 중 최고 시청률이었다. 이어 16일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48%를 달성하며 이 기록을 며칠 만에 갈아치워 버렸다. 시차가 있어 4강전 및 있을 수 있는 결승전 시청률은 다소 미지수지만, 일본은 WBC를 개최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해냈다.
일본보다 더한 나라도 있다. 역시 국내에서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이자 많은 이들의 ‘꿈’이 되는 푸에르토리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본선 1라운드 D조 마지막 경기의 푸에르토리코 내 시청률은 무려 61%를 기록했다. 8강 진출이 걸린 데다 역시 라이벌 의식이 있는 옆동네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이니 시청률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푸에르토리코는 이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승리, 라이벌에 탈락의 비운을 안기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이번 대회는 여러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자국 리그가 변변찮고 야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닥부터 기어 올라온 체코 대표팀은 성적과 무관하게 최고의 화제였다. 체코와 대결한 오타니가 ‘존경’이라는 단어를 SNS에 쓸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체코 대표팀은 적어도 이 대회 기간 만큼은 자국 내에서 최고 인기 대접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호주 또한 예상을 깨고 1라운드를 통과해 역시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본선 1라운드에서 미국을 꺾은 것에 이어 4강전에 진출한 멕시코 또한 대통령까지 나서 환영하는 등 이번 대회의 열기가 뜨겁다. 야구로 국가의 에너지가 모이고,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더 커지는 등 WBC가 그린 선순환의 고리가 제대로 발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시무룩하다. 한일전 시청률이 방송 3사 합계 11.7%로 이전만 못했고, 호주에 패하며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되는 등 오히려 팬들의 성난 민심만 확인하는 대회가 됐다. 비교적 성공적인 프로 리그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 세계적인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 것만 확인했다. 3년 뒤 열릴 예정인 6회 대회 때는, 우리도 뭔가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함께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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