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디 아로사레나 ⓒ 연합뉴스/AP
▲ 랜디 아로사레나 ⓒ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연줄'이나 공문이 아니었다. 랜디 아로사레나(탬파베이)를 쿠바 태생 멕시코 야구영웅으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이었다. 

아로사레나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8강전에서 1번타자 좌익수로 나와 3타수 1안타, 그리고 멕시코의 승리를 지키는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멕시코가 5-4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초 1사 1루에서 엠마누엘 리베라의 라인드라이브가 좌중간으로 쭉 뻗어나갔다. 장타를 예감하게 만드는 타구였지만 아로사레나의 발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로사레나가 팔을 뻗어 담장 앞 워닝트랙에서 공을 잡아내자 폭스스포츠 중계진이 할 말을 잃었다. 해설자의 "아" 외마디와 함께 푸에르토리코의 동점 기회가 무산됐다. 아로사레나는 경기 후 이 호수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쳤던 그 어떤 홈런보다 좋았다. 월드시리즈 홈런보다 더. 그 수비가 내 인생 최고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이미 멕시코 최고 타자다. 조별리그 4경기와 8강전까지 5경기에서 17타수 8안타 1홈런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단일 WBC 최다 타점 신기록까지 4점이 남았다. 볼넷 4개를 더해 출루율은 0.625에 달하고, 쳤다하면 장타(8안타 중 2루타 5개, 홈런 1개)라 장타율은 무려 0.941이다. 아로사레나를 앞세운 멕시코는 4강에 진출하며 WBC 최고 성적을 올렸다. 

▲ 멕시코 프로레슬러 미스티코의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아로사레나. ⓒ 연합뉴스/AP
▲ 멕시코 프로레슬러 미스티코의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아로사레나. ⓒ 연합뉴스/AP

아로사레나는 쿠바에서 태어난 망명 선수다. 배를 타고 쿠바를 탈출해 멕시코에 정착했다. 

그래서 멕시코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로사레나는 WBC가 다시 열린다는 소식에 멕시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시민권을 요청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지인을 통해 접근하지도 않았다.

지난 2021년 2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대통령에게 멕시코 국가대표 팀으로 뛰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팬들이 여론을 조성했고, 지난해 4월 아로사레나는 멕시코 시민권을 얻게 됐다. 

아로사레나는 누구보다 멕시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출근하고,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는데 앞장선다. 멕시코 출신 프로레슬러 미스티코의 마스크를 쓰고 팬들 앞에 서기도 한다. 21일에는 1번타자로 일본에 맞서 멕시코의 결승 진출을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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