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라진 구속을 빛나게 할 제구 조정이 숙제로 남은 이의리 ⓒKIA타이거즈
▲ 빨라진 구속을 빛나게 할 제구 조정이 숙제로 남은 이의리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국 야구를 이끌어나갈 미래로 소속팀 KIA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이의리(21)는 자신의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에서 좌절을 겪었다. 10일 숙적 일본과 경기에 출전했지만 제구 난조로 자기 몫을 못했다.

다른 대표팀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준비 부족’은 아니었다. 구속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때렸다. 이날 이의리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무려 96.4마일(155㎞)이 나왔고, 평균 구속도 95.2마일(153㎞)로 일본 투수들 부럽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대표적인 좌완이고, 1이닝 전력투구라 그럴 수도 있지만 지난해보다도 더 빨라진 포심 구속이었다. 그런데 유독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릴리스포인트가 들쭉날쭉했고, 원래 공을 놓는 위치까지 가지 못하며 공이 날렸다. 그렇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볼넷만 세 개를 내줬다. 아쉬움과 과제만 남긴 채 대회가 끝났다.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에 등판한 이의리는 당시 투구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조정이 100% 되지 않는 듯한 인상이었다. 요약하면 공은 지난해보다 빨라졌다. 좌완이 150㎞를 시원시원하게 뿌리는 모습에 팬들은 흥분했다. 그러나 제구가 일관되지 않았다. 우타자 바깥쪽 높은 곳으로 크게 빠지는 공에 팬들을 당황했다.

이날 이의리의 최고 구속은 151㎞가 나왔고, 포심 평균 구속도 147㎞ 수준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더 좋았다. 확실히 비시즌 운동을 열심히 하고 뭔가의 변화를 통해 구속을 끌어올린 게 느껴졌다. 그러나 제구가 날렸다. 특히 좌우 코너워크가 잘 되지 않았다. 우타자 몸쪽 승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바깥쪽으로 던진 공은 크게 빗나갔다. 

그래도 빨라진 구속, 우타자 바깥쪽 체인지업 승부 등은 고무적인 대목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2주 남겨둔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더 제구 이슈가 도드라진다는 건 불안요소다. 

WBC에 출전하느라 이 문제를 차분하게 조정할 시간은 잃었다. 다른 선수들도 던져야 하기에 남은 선발 등판은 한 차례 정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3이닝 동안 56구를 던진 만큼 다음 등판은 60~70구 정도를 맞춰두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어쨌든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도 첫 2~3번의 등판은 투구 수 조정을 해야 한다. 이의리의 진짜 시즌이 4월 중순 이후라면, 그때는 현재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하고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구가 되는 150㎞이라면 올 시즌은 어마어마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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