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BWF 전영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안세영 ⓒ연합뉴스/AP
▲ 2023 BWF 전영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안세영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만리장성과 후지산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기세에 눌려있던 한국 배드민턴이 단단하게 옭아맨 껍질을 벗고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21, 삼성생명, 세계 랭킹 2위)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대회 전영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천위페이(중국, 세계 랭킹 4위)를 2-1(21-17 10-21 21-19)로 물리쳤다.

전영오픈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 권위 대회다. 이 무대 여자단식에서 한국은 1996년 방수현이 우승한 뒤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안세영은 27년간 굳게 닫힌 전영오픈의 높은 장벽을 허물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 2023년 BWF 전영오픈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는 안세영 ⓒ연합뉴스/AP
▲ 2023년 BWF 전영오픈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는 안세영 ⓒ연합뉴스/AP

올해 안세영은 5번 출전한 BWF 월드투어에서 3번 우승했고 2번 준우승했다. 올 시즌을 앞둔 그는 체력 보완에 집중했다. 웨이트 훈련에 집중하며 근력을 키운 그는 "체력에서 항상 밀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근력이 받쳐줘야 체력이 늘어나고 기본적인 웨이트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물망 수비'가 장점인 안세영은 한층 강해진 체력을 앞세워 올 시즌 여자단식 최강자로 우뚝 섰다. 세계 랭킹 2위인 그는 올 시즌 BWF 여자단식 랭킹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유독 약했던 선수들에 대한 징크스도 털어냈다. 안세영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 0-2로 졌다. 이 경기 이후 천위페이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안세영의 '천적'이 됐다.

지난해까지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9번 만나 1승 8패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1월 열린 말레이시아 오픈 준결승전에서 천위페이를 2-1로 제압했다. 이번 전영오픈 결승전에서 천위페이는 설욕을 노렸다. 마지막 3세트까지 끈질기게 추격했지만 안세영을 한층 강해진 체력과 뒷심을 발휘하며 최종 승자가 됐다.

경기를 마친 안세영은 현장 인터뷰에서 "경험을 쌓다 보면 성장할 수 있고 모든 대회에서 쌓은 경험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 커리어에 한 획이 그어졌다.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 2023년 BWF 전영오픈 여자복식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 왼쪽부터 공희용, 김소영, 이소희, 백하나 ⓒ연합뉴스/AP
▲ 2023년 BWF 전영오픈 여자복식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 왼쪽부터 공희용, 김소영, 이소희, 백하나 ⓒ연합뉴스/AP

여자복식에서도 값진 성과를 거뒀다. '킴콩조' 김소영(31, 인천국제공항)-공희용(27, 전북은행) 조는 한국 선수끼리 맞붙은 결승전에서 이소희(29, 인천국제공항)-백하나(23, MG새마을금고) 조를 2-0(21-5 21-12)으로 완파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김소영-공희용 조는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이들은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지만 이번 전영오픈을 앞둔 상황에서는 6위까지 떨어졌다.

이번 대회 8강전에서 김소영-공희용 조는 '세계 최강' 천칭천-자이판(이상 중국) 조에 2-1(19-21 22-20 24-2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8강에서 대어를 낚은 이들은 준결승전에서  세계 3위 장수셴-정위(이상 중국) 조를 2-0(21-14 25-23)으로 꺾고 이틀 연속 만리장성을 넘었다.

결승전은 8강, 4강전과는 다르게 43분 만에 경기가 종료됐다. 김소영-공희용 조는 이소희-백하나 조에 2-0(21-5 21-12) 완승을 거두며 2017년 장예나-이소희 조 이후 6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 2023년 BWF 전영오픈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채유정(왼쪽)과 서승재 ⓒ연합뉴스/AP
▲ 2023년 BWF 전영오픈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채유정(왼쪽)과 서승재 ⓒ연합뉴스/AP

혼합 복식에서도 선전은 이어졌다. 서승재(26, 국군체육부대)-채유정(28, 인천국제공항, 이상 세계 랭킹 9위) 조는 '혼복 최강'인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이상 중국, 세계 랭킹 1위) 조에 1-2(16-21 21-16 12-21)로 석패했다.

비록 서승재-채유정 조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현 세계 1위인 정쓰웨이-황야충 조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혼합 복식의 새로운 강자로 발돋움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중국은 각 종목을 석권했고 국제 경쟁력이 강해진 일본도 한국을 압도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는 남자복식 최강 자리를 지켰다. 남자단식에서는 덴마크의 빅토르 악셀센(세계 랭킹 1위)이 최강자로 군림했다.

2018년 전영오픈에서는 손완호(35, 인천국제공항)이 남자단식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따냈다. 이듬해 대회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안세영은 가파르게 성장했고 국제 대회 경쟁력을 갖춘 여자복식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가파르게 성장한 혼합 복식도 세계 상위권 선수들을 위협하며 이번 전영오픈에서 값진 열매를 맺었다.

이번 전영오픈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여자단식, 여자복식) 은메달 2개(여자복식, 혼합 복식) 동메달 1개(혼합 복식 김원호-정나은)를 획득했다. 이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낸 2008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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