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는 골키퍼 조현우 ⓒ대한축구협회
▲ 20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는 골키퍼 조현우 ⓒ대한축구협회
▲ 워밍업하는 국가대표 골키퍼 송범근. ⓒ대한축구협회
▲ 워밍업하는 국가대표 골키퍼 송범근. ⓒ대한축구협회

 

독일은 골키퍼 강국으로 통한다. 현역 최고 골키퍼로 꼽히는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2003-04시즌 아스날을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으로 이끌었던 옌스 레만, 2002 한일월드컵에서 골키퍼로는 월드컵 최초로 골든볼을 수상한 올리버 칸, 바이에른 뮌헨 시절 독일 올해의 선수상을 세 차례 수상한 제프 마이어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전설적인 골키퍼들 중 독일 출신이 여럿이다.

독일 출신 전설적인 골키퍼 중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안드레아스 쾨프케다. 선수 시절 분데스리가 뉘른베르크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리그앙 마르세유 등에서 활동했던 쾨프케는 괴물 같은 반사신경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3년 독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유로 1996년엔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1996년 유럽 최고의 골키퍼 수상과 함께 그해 발롱도르 투표 13위에 올랐다.

쾨프케는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다. 노이어, 그리고 바르셀로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마크 테어 슈테겐은 물론이고 칸, 레만 등이 쾨프케의 지도를 받아 세계적인 골키퍼로 성장한 케이스다.

20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한국 골키퍼 훈련을 맡은 이가 바로 쾨프케다. 쾨프케 코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국 골키퍼 코치에 부임했다. 축구계에선 그간 한국 대표팀을 거쳤던 지도자를 통틀었을 때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이름값으로는 최고라는 평가다.

소집 첫 날 훈련에서 쾨프케 코치는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그리고 송범근(쇼난 벨마레)를 지도했다. 쾨프케 코치는 쉬지 않고 골키퍼들을 세워 두고 슈팅을 날렸다. 쾨프케 코치가 날린 슈팅은 힘이 실렸고 궤적도 날카로웠다. 골키퍼들은 쉴 새 없이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골키퍼들의 유니폼은 어느새 잔디와 흙으로 물들었다. 필드플레이어들이 회복에 집중한 것과 다른 훈련 분위기였다.

눈에 띄는 장면은 강도 높은 훈련만이 아니었다. 훈련에 매진하던 쾨프케 코치는 골키퍼들을 잠시 쉬게 했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다른 코치에게 건네며 골키퍼들과 사진을 찍었다. 빽빽했던 훈련 분위기가 잠시 녹아들었다.

독일 축구계가 쾨프케 코치를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쾨프케 코치가 현대 축구에서 중요시하는 '스위퍼 키퍼'를 유행시킨 선구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스위퍼 키퍼 중 최고라고 꼽히는 노이어가 쾨프케 코치의 제자. 쾨프케 코치는 "노이어는 프란츠 베켄바워 이후 가장 뛰어난 리베로"라고 노이어를 평가한 바 있다.

쾨프케 코치의 부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을 강조했으며 그 시작이 골키퍼였다. 국가대표 골키퍼 중 패스 능력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김승규를 주전으로 기용했던 이유로도 통한다.

하지만 코치가 바뀐 만큼 벤투 감독 체제에서 백업이었던 송범근과 조현우에게도 성장하는 동시에 대표팀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코치들의 의견을 신임한다는 점이 이들에겐 동기부여와 함께 경쟁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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