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이상의 투구로 선발 경쟁에 뛰어든 KIA 윤영철 ⓒKIA타이거즈
▲ 기대 이상의 투구로 선발 경쟁에 뛰어든 KIA 윤영철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애리조나 캠프 당시 KIA는 투수들에 굳이 스피드건을 대지 않았다. 아직 몸이 다 올라오지 않은 2월의 구속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잰다고 해도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2023년 KIA 1라운더 신인 윤영철(19)은 특히 더 그랬다.

큰 기대를 모으며 2023년 신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애리조나 캠프 초대장을 받은 윤영철이었다. 그러나 공 자체는 강해보이지 않았다. 시속 140㎞ 이상이 나오는 공은 별로 없었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스피드업 경향이 뚜렷한 프로 리그에서는 너무 느려 보인다는 우려가 나올 법했다. 그러나 KIA는 윤영철의 단점에 주목하지 않았다. 장점을 더 눈여겨봤고, 단점은 장기적으로 해결될 문제로 여겼다.

다른 선수들만큼 빠른 구속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숨김 동작, 다양한 변화구, 커맨드와 제구력, 그리고 큰 경기를 홀로 끌어본 경험과 배짱을 가지고 있었다. 김종국 KIA 감독도 느린 구속보다는 이런 점에 더 주목하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치고는 레벨이 많이 높다”고 자신했다. 

그 자신감은 실전에서 드러나며 KIA를 미소 짓게 한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 이어 시범경기까지 나서고 있는 윤영철의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여전히 130㎞대 후반, 빨라도 140㎞대 초반이다. 평균으로 치면 140㎞가 채 안 된다. 그런데 상대 타자들이 그 구속에 대응을 못 한다. 까다로운 투구폼에 코스를 이용할 줄 안다.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이 제법이다. 

윤영철은 시범경기 두 차례의 등판에서 8⅔이닝을 던지며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피안타는 단 4개. 보통 구속이 느린 투수는 맞혀 잡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요리조리 타자를 요리하며 삼진도 9개를 잡아냈다. 물론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윤영철이 1군에서 통할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줬다.

KIA는 4선발까지가 확실하다. 두 외국인 투수에 양현종 이의리가 버틴다. 5선발을 놓고 베테랑 임기영과 지난해 제대한 김기훈, 그리고 윤영철까지 세 선수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임기영의 쌓인 내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윤영철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KIA 코칭스태프의 머리도 아파졌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상처가 날 등판도 많겠지만 그 시행착오의 시간을 미리 거치고, 또 덜 거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갈지, 혹은 4월에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만약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면 이 신인의 어깨가 꽤 무거워질 4월이 될 수 있다. WBC에 다녀온 양현종과 이의리는 아직 정상 컨디션이라고 볼 수 없다. 개막하고 나서도 1~2경기는 투구 수를 조절하고, 컨디션을 봐가며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믿고 있지만 변수도 있다. 그렇다면 윤영철이 좋은 활약을 해야 4월 좋은 성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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