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좌완 백승우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좌완 백승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볼넷을 줄 거면 안타를 맞아라."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시범경기 기간 투수진에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이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열이면 열 타자와 싸움을 피하려다가 공짜로 1루를 밟게 하느니 자신 있게 붙어서 설령 공이 맞아 나가더라도 후회 없이 공을 던지길 바란다. 

두산 베어스 좌완 신예 백승우(23)는 이 감독의 이런 주문에 부합하는 투구를 펼쳤다. 백승우는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3-5로 뒤진 9회초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아직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듬을 게 많은 어린 투수지만 적어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라는 인상을 심어주긴 충분한 투구였다. 백승우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45㎞를 기록했다. 대학 시절인 개인 최고 구속인 147㎞에 미치지 못했고, 프로 무대에서는 그리 빠른 공도 아니었으나 스트라이크존에 과감하게 꽂아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속 130㎞ 초반대 체인지업과 시속 120㎞ 초반대 커브도 적절히 섞어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이 감독이 백승우를 이날 마운드에 올린 건 투수진, 특히 최승용, 이병헌, 장원준, 김호준 등 스프링캠프 내내 기회를 줬던 좌완들에게 메시지를 줬다고 볼 수 있다. 백승우는 동아대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는데, 지금은 육성선수 신분이다. 올해 정식 선수 등록을 하려면 5월 1일부터 가능하다. 4월까지 기용할 수 없는 투수를 시범경기 마운드에 올린 건 그만큼 불펜에 믿을만한 왼손 투수가 부족하단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한 최승용은 지난 2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⅓이닝 동안 4사구 5개를 허용하면서 이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부활을 기대했던 베테랑 장원준은 필승조로 기용하기에는 구위가 아직이고, 김호준도 제구가 아직은 들쭉날쭉하다. 

이 감독은 그나마 이병헌에게 합격점을 준 상태다. 이병헌도 최근 등판한 시범경기 3경기를 통틀어 볼넷 4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구위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당장 필승조를 맡길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8~9회(정철원, 홍건희)는 정해졌고, 그 앞은 이병헌이 중간에 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박치국, 이형범, 김명신 이런 투수들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필승조 구상을 밝혔다. 

이어 "이병헌은 구위가 좋다. 투구 폼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투구 폼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 시속 148㎞면 빠른 공은 아니지만, 디셉션이 내가 봐도 좌타자한테 까다롭다. 공이 똑바로 들어오는 게 아니고 휘면서 들어온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질 확률이 높다면 좋은 임무를 해줄 것이고,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여전히 이 감독은 왼손 투수에 갈증을 느낀다. 4월까지도 최승용, 이병헌 외에 기대할 왼손 투수가 더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장 5월부터 백승우에게 기회가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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