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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 '패스트 라이브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작성일: 2024.02.29 09:12 유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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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제공| CJ ENM
▲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제공| CJ ENM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나는 과연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할 수 있을까? 첫사랑이 미완일 수밖에 없는 이유 '패스트 라이브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2살 나영과 해성은 라이벌이자 서로를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 사이다. 그러던 중 나영은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민을 가게 되고 두 사람은 마지막 데이트를 끝으로 순식간에 서로의 인생에서 사라진다. 

그로부터 12년 후, 24살이 된 두 사람. 동창들의 근황을 알아보던 나영은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또 한 번 서로의 인생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로부터 또 한 번의 12년이 지난 후, 해성은 용기를 내어 첫사랑 나영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서로의 상황은 너무나도 변해있고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느끼며 20여 년여만의 만남을 갖는다. 

▲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제공| CJ ENM
▲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제공|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의 플롯은 단순하다. 서로를 망각하고 또 그리워하는 나영과 해성 24년,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의 결말에 도달해 있다. 영화의 첫인상이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의 느낌을 풍기는 이유다. 

그러나 관람 후 느껴지는 감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마냥 단순할까? 그렇지 않다. 설렘과 행복, 그러나 구석에 자리한 두려움과 부담, 첫사랑을 해본 이들이라면 국적 불문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이 가슴 한켠을 찌르르 건드린다. 잔잔한 바다 그 밑 깊은 내면의 심리를 그려낸 탓에 단순해 보여도 지루하지 않게 결말까지 관객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20여 년을 거친 나영과 해성의 사이가 한 번도 정의 내려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말 그대로 두 사람은 사귄 적조차 없는 사이, 0 고백 3 이별이다. 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애매한 관계 속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섬세한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 연출 덕이다. 누구나 느껴본 그 시절에 대한 후회를 가진 관객들과 조금은 다른 선택을 이어가는 주인공에 관객들은 의문보다 응원을 보내게 된다. 

▲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제공| CJ ENM
▲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제공| CJ ENM

여기에 따뜻한 영상미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백미. 12살부터 36살까지 그들이 느끼는 미묘한 심리를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낸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한 감상에 젖을 수 있다. 또한, 파격적인 클로즈업 샷은 부정하던 이별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주인공의 혼란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갈등의 시작인 두 사람의 상황 차이는 나영의 이민으로 시작된다. 이에는 한국계 미국인인 셀린 송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를 관객들에게 강압적으로 주입하거나 한쪽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는 것 역시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게 할 수 있는 요소다. 해성의 상황은 익숙한 소주병과 껍데기 집의 풍경으로 나영의 상황은 녹음이 짙은 뉴욕 자취방의 풍경으로 묘사되며 자연스레 대비를 이룬다. 

"큰 예산의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마블도 아니라 낯선 영화일 수도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나,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도 더 다채로우면서도 더 익숙한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영화가 아닐까?

3월 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쿠키영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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