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식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김인식 감독은 2015년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대표 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다.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주관한 신생 대회로 메이저리그 구단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는 출전할 수 없었기에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양강 구도였다. 한국은 일본과 준결승에서 0-3으로 끌려가다 9회초 4-3으로 역전해 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 김인식 감독은 '역시 국민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준결승전에서는 감독 지략 대결에서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눌렀다. 일본이 투수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반면, 한국은 9회 오재원-손아섭의 연속 대타 카드로 대역전의 발판을 놨다. 고쿠보 감독은 "아직도 준결승전 다음날 신문을 서재 책상에서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있다"며 '와신상담' 설욕을 다짐했다.

두 감독의 두 번째 맞대결은 성사하지 않았다. 한국은 1승 2패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은 3전 전승으로 4개 대회 연속 2라운드에 올랐다. 김인식 감독이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두 사람이 적장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9일 대만전에 앞서 "앞으로 국제 대회가 꾸준히 열리니까 젊은 감독이 팀을 이끌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 하고 싶어도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실패해도 믿고 맡기다 보면 우리 야구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나"고 얘기했다. 2017년 아시아시리즈,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올림픽, 2021년 WBC까지 준비할 게 많다. 

▲ 이승엽(왼쪽)과 고쿠보 히로키 감독 ⓒ 한희재 기자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가 있다. 고쿠보 감독이다. 경기에서는 한국이 이겼을지 몰라도 고쿠보 감독과 일본은 김인식 감독이 바라던 방향을 걷고 있다. 

고쿠보 감독은 2013년 10월 42살의 젊은 나이로 대표 팀을 맡았다. 대표 팀 코치는커녕 프로 구단에서 코치를 한 적도 없다. 고쿠보 감독 전에 일본을 이끌었던 사령탑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호시노 센이치, 2009년 WBC 하라 다쓰노리, 2013년 WBC 야마모토 고지 등이다. 프로 야구에서 화려한 지도자 경력을 쌓았던 인물에게 대표 팀을 맡기던 전례를 과감히 버렸다. 

그리고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매년 3월과 11월 정규 시즌 앞뒤로 평가전을 유치했다. 2013년 11월 대만, 2014년 11월 메이저리그 올스타, 2015년 3월 유럽 대표, 2015년 11월 프리미어12, 지난해 3월 대만, 11월 멕시코와 네덜란드. 정기적으로 대표 팀을 소집하면서 선수 기량을 확인하고 유대감을 조성했다. 

고쿠보 감독은 프리미어12 전까지 지도자로 실전을 맞이한 적이 없었다. 감독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었단 의미다. 첫 검증 무대인 프리미어12에서 한국에 역전패해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감독직을 유지했다. 고쿠보 감독의 임기는 이번 대회까지다.

WBC가 끝난 뒤 한국 야구에 대한 여러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WBC 참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시에 그의 후임을 선택하고, 주변에서 어떤 방법으로 도울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도 나와야 한다. 2017년 WBC가 한창인 10일 일본은 2020년 올림픽까지 대표 팀을 맡을 다음 감독을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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