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두산전에서 한 관계자가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담깃 푯말을 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DB
-주무부처 문체부 향한 KBO의 절박한 부탁
-“최소 관중 비율 30%로라도 늘려달라”
-코로나19 위기 타개 위한 간청으로 풀이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KBO는 3일 전례 없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하나 배포했다.

요지는 이랬다. KBO 정지택 총재가 2일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과 만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KBO리그 위기 극복 요청서를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요청서를 통해 정 총재는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관중 입장 제한으로 KBO리그는 재정적 위기 속에서 생존 문제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KBO리그의 위기 극복과 경기장 및 인근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 그리고 코로나19 피로감을 호소하는 많은 국민들의 활력 충전 등을 위해 관람 인원 비율 확대와 취식 허용 등 방역 정책을 완화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유례가 없는 사안이었다. 주관단체 커미셔너가 주무부처 장관에게 규제 완화를 간곡하게 요청했다는 내용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셈이기 때문이다. KBO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같은 내용을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에도 건의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드러냈다.

절박함에서 비롯된 ‘공개 간청’이었다. 한때 연관중 800만 명을 돌파하며 생존의 길을 스스로 찾아나섰던 KBO리그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종목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관중 수입이 가장 많았던 KBO리그로선 그 피해의 폭이 가장 컸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잘 드러났다. KBO는 “지난해 KBO리그의 매출이 2019년 대비 38%(1110억 원) 급감해 각 구단이 평균 약 111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극심한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잠실구장 80개 매장 중 25개만 영업 중이며 해당 식당 중 한 곳의 10개월간 매출이 단 400만 원이었다. 또, 다른 야구장 내부와 인근 소상공인들 역시 유동 인구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KBO는 올 시즌 개막과 함께 관중 입장 규모를 제한했다. 수도권 구장은 10%, 지방 구장은 30%만 팬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맞게 유동적으로 이를 낮출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해당 규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눈을 돌려 백화점이나 대형 아울렛, 놀이공원의 경우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수천 명의 인파가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야구장과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내장객을 받고 있다.

정부 당국도 이러한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KBO리그 동행 관람객의 4인 연석 착석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 같은 조치는 큰 실효성이 없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전체 관중 규모가 커져야 연석 관람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KBO는 일단 “경기장 내 관람 인원 비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조정하고, 현행 50%인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입장 비율도 70% 이상으로 높이는 등 단계별 관중 입장 규모의 대폭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KBO. 백신보다 치료제가 시급한 프로야구의 절박함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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