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강)정호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정호가 메이저리그로 가서 힘들어졌다고, 외로운 4번 타자가 되었다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뒤를 받치던 40홈런 유격수 동료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사실상 확정적인 시점. 올 시즌 그를 향한 상대의 견제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고 4번 타자로서 책임의 무게도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는 남자답게 정면 돌파를 노리고 있고 또다른 동료들을 믿고 있다. 2010년대 첫 한 시즌 50홈런 타자가 된 리그 최고 거포 박병호(29, 넥센 히어로즈)의 심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2011시즌 중반 LG에서 넥센으로 적을 옮긴 이래 박병호는 팀과 함께 괄목성장하며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홈런 타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 박병호는 128경기 3할3리 52홈런 124타점으로 홈런-타점 부문을 석권했다. 2012년부터 홈런-타점왕 타이틀을 3년 연속으로 가져갔으며 특히 52홈런은 2003년 이승엽(삼성, 56홈런), 심정수(당시 현대, 53홈런) 이후 11년 만의 한 시즌 50홈런 기록이다. 최초의 시즌 200안타 주인공이자 동료인 서건창에게 MVP 타이틀을 양보했으나 박병호의 2014년도 더없이 찬란했다.

지난 6일 목동구장에서 구단 시무식에 참석해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복기하며 "팀이 우승하지 못했으니 실패한 시즌이었다"라고 투지를 불태운 박병호는 "지난해 52홈런을 때려냈다고 올 시즌 53홈런 그 이상을 때려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수치를 생각하지 않고 보다 발전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쉬웠던 점에 대해 "삼진도 삼진이지만 헛스윙 비율이 높아진 데 대해 투수에 따라 스윙 궤도를 수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박병호를 둘러싼 최고의 화두 중 하나. 바로 강정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했던 박병호가 2015시즌 '강정호 없이도 그동안의 화력을 그대로 발산할 것인지' 여부다. 박병호의 지난 시즌 고의볼넷은 12개로 리그 공동 5위. 박병호가 뿜어내는 위력도 대단했으나 강정호는 유주자 시 3할8푼4리 22홈런 99타점으로 굉장히 강했다. '박병호 거르고 강정호'는 상대 투수들에게 고육지책이었고 이는 고스란히 강정호의 타점 기회로 이어졌다. 강정호가 박병호의 효과 덕택에 큰 혜택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강정호가 있었기 때문에 박병호의 화력이 빛을 발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강정호 앞으로 기회가 오기 전에 박병호와 정면 대결을 펼쳤고 그 덕택에 박병호가 혜택을 얻은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병호의 주자 없는 상황 타격 성적도 3할1푼9리 31홈런으로 뛰어났고 주자 1,2루 상황에서는 3할4푼2리로 더욱 정확성을 보여줬다. 박병호와 강정호 모두 함께 했던 만큼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넥센의 계획도를 보면 지난해 LG에서 뛰던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가 5번 타자 우선 순위에 있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터뜨렸으나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부상 등으로 인해 37경기 2할1푼 4홈런 17타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파괴력은 인정받았으나 아직 한국 무대에서 확실히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는 20일까지 피츠버그와 강정호의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강정호 효과가 사라질 2015시즌에 대해 묻자 박병호는 쿨하게 시너지 효과를 인정한 뒤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의 답변에는 선수 본인이 아닌 팀이 있었다.

"정호가 잘한 덕분에 저도 효과를 누릴 수 있던 데 대해서는 저도 인정합니다. 확실히 시너지 효과는 있었어요. 다만 올 시즌 외로운 4번 타자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제 성적과 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정호가 메이저리그로 갔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라고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요. 저와 라인업의 남은 8명의 타자들이 정호의 공백을 메워 더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외로운 4번 타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시즌이 끝난 후 박병호는 줄곧 개인 성적의 찬란함을 언급하기보다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는 데 더욱 강한 어조로 아쉽고 아깝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 뛰어줄 것이라고 믿으며 "외로운 4번 타자가 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박병호의 심장에는 자신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준 둥지 히어로즈.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할 리그 제패의 꿈이 있다.

[사진] 박병호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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