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미생' CM펑크의 MMA 적응기…체육관에선 나를 버린다
작성일: 2015.01.14 03:11
이교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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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크렌은 2008년 올림픽 자유형레슬링 -84kg급 국가대표 출신으로 종합격투기 14승 무패의 강자다. 2013년 벨라토르 웰터급 타이틀을 반납한 뒤 UFC 진출을 타진했지만, 검증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퇴짜에 ONE FC로 발걸음을 돌렸다. 안 그래도 부글부글 끓는데 경력이 전혀 없는 브룩스가 '낙하산'으로 UFC에 떨어진다니 아스크렌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난달 7일(한국시간) 트위터에 "UFC가 웰터급에서 가장 강한 올림픽 레슬러 대신 0승 0패 가짜 레슬러와 계약했다"고 비꼬았다.
한 달 뒤,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브룩스가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AKA), 아메리칸 탑팀(ATT) 등 여러 명문팀의 제안을 뒤로 하고 아스크렌이 소속된 미국 밀워키 '루퍼스포츠(Roufusports)'에서 훈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연히 브룩스와 아스크렌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브룩스는 팀에 합류하기 직전인 지난 3일 UFC 182 팬미팅에서 "아스크렌의 관점을 이해한다. 그는 올림픽 레슬러고, 나는 아니다. 그런 의문은 당연히 가질 수 있다. 월요일에 만나 대화하겠다"며 먼저 마음을 열었다. 다행히 아스크렌도 웃으며 환영했다. 그는 6일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가 (트위터에)쓴 말은 UFC를 비판한 것이었다. 브룩스가 아니었다"면서 "그는 우리 팀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는 아스크렌, 브룩스 등이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브룩스는 이제 팀을 선택했다. 겨우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도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쳐야한다. 0승 0패의 전적으로 UFC에 진출하는 특혜를 받은 대신, 사방에서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과 싸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년 프로레슬링 외길을 걸어온 '미생(未生)' 브룩스는 멋들어지게 하이킥을 차진 못하지만 조직생활 하는 법은 안다. 먼저 마음이 통해야할 우군은 체육관 동료들이다. 아스크렌에 했던 것처럼 신입이 가져야할 낮은 자세로 선배들을 대하는 중이다.
루퍼스포츠의 간판파이터인 UFC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27, 미국)는 새내기 브룩스의 그런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시키는 대로 할 준비가 됐다고 칭찬한다. 페티스는 지난 12일 MMA정키와 인터뷰에서 "브룩스는 '나를 버리고 왔다. 내가 준비됐다고 생각하면 말해 달라. 여러분들이 내가 준비됐다고 판단하면, 그때 비로소 준비된 것이다'고 말한다. 분명 이 스포츠에서 뛰어난 결과를 만들 것"이라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이어 "정말 겸손하다. 성격도 좋다. 견실하고 마음이 열려있다. 체육관에 올 땐 자존심을 다 놓아두고 온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좋은 사이가 됐다. 그는 선배들에게 훈련에 대한 질문을 하고 조언을 얻는다"고 말했다.

브룩스의 훈련을 진두지휘할 루퍼스포츠의 수장 듀크 루퍼스(44, 미국)는 36승 1무 8패의 킥복서 출신이다. 앤서니 페티스, 벤 아스크렌, 앨런 벨처, 에릭 코크, 치코 카무스 등을 키워냈다.
루퍼스는 지난해 구설수에 올랐다. 3월 루퍼스포츠가 주최한 아마추어 킥복싱 대회에서 데뷔전을 가진 데니스 먼슨이라는 청년이 경기를 마친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월 밀워키 지역지 '저널 센티널(Journal Sentinel)'은 먼슨이 이상증세를 보였는데도 루퍼스포츠와 관계된 심판과 링닥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세컨드였던 루퍼스포츠의 타격코치 스캇 커시맨와 조 니콜스는 먼슨에게 무리하게 파이팅을 강요했다고 논평했다.
이어 루퍼스의 강압적인 지도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함께 훈련한 로즈 나마유나스, 에릭 샤퍼 등은 루퍼스가 선수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체육관에서 왕처럼 군림한다고 비판했다. 이 일로 현재까지도 루퍼스는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독단적인 지도자'와 '선수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성장시키는 맹장'이라는 양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브룩스는 세간의 평가와 관계없이 '사수' 루퍼스에 강한 신뢰를 나타낸다. 그는 "6개월 동안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지 않고 훈련에만 매진하겠다"고 했다. 활동하게 될 체급과 데뷔전 시기도 6개월 이후 루퍼스 등 팀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신을 그래플러라고 보고 있지만 타격기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며 킥복서 출신인 루퍼스가 그 과정을 함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룩스의 성공에 자신감을 보이는 루퍼스는 MMA정키와 인터뷰에서 "TUF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안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는 초짜들이다. 하지만 캠프에서 제대로 된 코칭을 받고 훈련해 마술처럼 강해진다. 우리도 여기서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단 카메라만 없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브룩스를 아직 팀 훈련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타격훈련은 자신이, 주짓수훈련은 팀 코치가 맡아 개별훈련을 진행 중이다. "과거 내가 선수를 키웠던 방식대로 그를 가르칠 것이다. 바닥부터 다져나간다. 그의 첫 번째 스파링 상대는 나다. 부상 없이 잘 통제하며 가르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본기가 다듬어지면 차츰 훈련강도를 높인다. 그 다음에야 선수부에 투입해 사자의 본능을 심는다는 계획이다. 루퍼스는 MMA매니아와 인터뷰에서도 "너무 급하게 가다가 자신감이 무너지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 이 스포츠에서 전부인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 우선과제"라며 단계별 훈련을 강조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브룩스가 안고 가야하는 '낙하산'의 비애다. 이제 루퍼스포츠가 그의 옆에 있다. 운명공동체가 됐다. 앞으로 6개월 동안 훈련하고 옥타곤에서 함께 싸운다. '버티기만 해선' 이길 수 없다. 한 걸음씩 나가야 하는 싸움이라 'CM 펑크' 필 브룩스와 루퍼스포츠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브룩스는 지난달 UFC 계약이 발표된 직후 "케이지에 들어서는 모든 파이터들을 존경한다. 내가 데뷔전을 치른 후에는 그들이 날 존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루퍼스는 "페티스가 얼마나 대단하지 말해왔지만 사람들은 의심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서브미션을 당하지 않는 두 파이터를 서브미션으로 꺾었다"며 "이제 브룩스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페티스는 "누구도 무임승차하려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 그런데 그는 친근하게, 자존심을 버리고 팀에 합류했다. 내겐 싸우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친구일 뿐"이라고 했다. 아스크렌도 "브룩스는 파이터가 되기 위해 거쳐야할 과제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우리가 체육관에서 그와 함께할 것"이라며 지원군을 자청했다. 팀이 출발선상에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시작은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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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덕 기자 gdl@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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