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CRITIC] ‘황교안 축구장 선거 유세', 경남의 역전승은 정치에 잊혀졌다
작성일: 2019.04.01 11:00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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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4시 창원축구센터는 K리그 열기로 북적였다. 6173명 관중은 A매치에서 이어진 축구 열기를 창원축구센터에서 느끼려 했다. 콜롬비아전에서 맹활약한 조현우도 대구 골문을 지켜 관심은 더 컸다. 어린 팬들은 일찍이 선수단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
창원축구센터 주변은 2시간 전부터 북적였다. 길게 늘어선 푸드 코트와 여러 이벤트가 축구팬들을 반겼다. 한 쪽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이색적인 풍경도 있었다. 분명 A매치 매진 열풍은 K리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취재진은 대구 안드레 감독과 경남 김종부 감독에 대한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지정된 장소로 움직였다. 사전 인터뷰가 끝나고 킥오프 30분 전 무렵, 유독 경기장 주변이 시끄러웠다. “기호 몇 번”을 외치는 소리가 기자회견장까지 울렸다.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선거도 좋지만 너무 시끄럽다. 축구장에 어울리지도 않고, 이거 참…”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경기장 주변을 둘러봤다. 정치인들이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8번 게이트 근처에서 유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창원축구센터에 6173명이 운집한 만큼,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8번 게이트는 매표소 근처에 있어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 자유한국당은 규정을 어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경기장 내 선거 운동 지침에 따르면 경기장 외부에서 진행하는 활동은 위반이 아니다. 분명 소음은 컸지만, 규정에 문제는 없었다. 여기까지는 '규정상' 별 탈 없는 유세 활동이다. 실제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스포츠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장 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기장 밖을 넘어 안까지 들어왔다. 홈팀 서포터즈 석에서 강기윤 한국당 창원‧성산후보의 선거기호를 검지와 중지로 그렸다. 강 후보도 당명, 선거기호, 이름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지지를 호소했다. 분명한 경기장 안 유세 활동이다.
경기장 안 유세 활동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지침에 따르면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을 착용하면 안 된다.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적힌 피켓, 어깨띠, 현수막 등도 불가한다. ▲명함 및 광고지 배포도 금지된다.
대한축구협회 규정도 마찬가지다. 정관 제3조에 따르면 “협회는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성별, 인종, 종교, 출생지, 출신학교, 직업, 사회적 신분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3조와 국제축구연맹(FIFA)도 축구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어떤 정치적 행위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후보가 창원축구센터 안으로 들어오면서 규정 위반이 됐다. 징계는 어떻게 될까.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한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제금, 구단에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경고와 같은 징계가 내려진다. 상황에 따라 경남은 ‘최소’ 승점 10점을 잃을 수 있다.
■ “적극 제지 못한 점 반성, 밀고 들어와 방법 없었다”

경남은 역전승 후에 맞은 ‘선거 유세 사태’에 얼얼하다. 킥오프 전 선거 유세에 불안한 낌새를 감지했고 연맹 측에 문의를 했다. 연맹은 “경기장 밖은 괜찮지만, 안에서 선거 행위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홈팀 책임”이라며 지침을 알려줬다.
황교안 대표가 들어온 것을 인지하고 대처했다. 경호원에 이어 구단 직원까지 말렸지만 마찬가지였다. “경호원들이 말렸는데 밀고 들어와 난감했다. 경기장 안에서 옷을 바꿔 입는데 어떻게 할 수 없었다”라며 경남 측은 난감해 했다. 황교안 대표는 표를 구입해 입장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각에서는 모두가 표를 사지 않았다는 말까지 들린다.
자유한국당이 몰랐다고 해도 규정 위반은 위반이다. 경기장 안에서 옷을 바꿔 입어도 위반이다. 이미 정당명과 후보명이 적힌 옷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구단은 선거철에 철저한 교육을 하며 시도 전체회의에서 관련 사항을 인지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 구단에 해당된다. 시도민구단은 정치권에 입김에 크게 흔들린다.
경남은 “초반에 확실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인 점, “상의를 벗어달라”는 요구에 “왜 벗어야 되냐”고 항의한 점은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정치인 쪽 잘못이 크다.
자유한국당 경남지부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 싶었다. 지난달 31일 접촉을 시도했지만 담당자 회의로 들을 수 없었다. 1시간 후 전화를 걸어 메모를 남겼지만 회신은 없었다. 이후 자유한국당 측은 창원‧성산 유세 도중 언론을 통해 “선거 복장 탈의를 요구받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경남이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길 원한다. 선거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법을 잘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저희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 축구장은 선거 유세장이 아니다

앞서 밝힌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3조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FIFA를 포함한 국제 대회에서도 정치적인 행동은 금한다. 런던올림픽에서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으로 법적 분쟁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경남 경기장 난입 사태, 반칙왕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의 사죄를 촉구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창원축구센터 경호를 뚫고 무분별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경남과 경남도민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적 중립 지침을 어겼다"고 촉구했다. 결국 창원축구센터 내 선거 유세는 정치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황교안 선거 유세 사태’로 경남의 대구전 역전 드라마 여흥은 하루만에 사라졌다. 역전승으로 홈팬들을 환호케 한 창원축구센터 열기는 온데간데 없고, 선거 유세 논란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축구장은 선거판이 아니다. 축구장에는 축구만 있어야 한다.
한편 경남은 자유한국당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1일 새벽 “경남을 아껴주시고 사랑하는 팬들에게 불미스런 일을 끼쳐 죄송하다.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자유한국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하며, 징계를 받을 경우 도의적인 책임은 물론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공식 성명으로 강경 대응했다.
연맹은 1일 위원회를 열어 자세한 경위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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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기자 pd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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