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영 ⓒ곽혜미 기자
▲ 정우영(오른쪽)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올 시즌 LG 트윈스의 히트 상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정우영이 빠질 수 없다.

사이드암 투수이면서도 시속 140km대 중반을 쉽게 찍는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의 조합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신인이 보여 줄 수 있는 그 이상이다.

등판이 잦아지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23일 잠실 SK전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제구가 조금 흔들리고는 있지만 그는 여전히 LG의 필승조 중 한 명이다. 평균자책점이 2.01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것은 어쩌면 야구 팬들이 이 투수를 쉽게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KBO리그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면 정우영은 데뷔가 늦어졌거나 꽃도 펴 보지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었다.

첨단 과학과 손잡은 KBO 리그이기에 정우영을 빠르게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 그의 빠른 데뷔는 야구가 과학과 손잡으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우영의 장기는 투심 패스트볼이다. 패스트볼과 거의 속도 차이가 없지만 종으로 떨어지며 타자의 중심을 빗겨 나간다.

대신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등 일반적인 사이드암 투수들이 갖고 있는 구종은 정우영의 주 구종이 아니다.

주목할 내용은 여기에 있다. 과거의 정우영이었다면 코칭스태프는 먼저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을 던질 수 있도록 지시했을 것이다. 그래야 사이드암 투수의 한계를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등 좌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는 사이드암 투수는 한계에 빠르게 부딪힐 수 있다. 패스트볼이 어지간히 빠르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우영이 이 덫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트랙맨 데이터 분석 덕분이었다. 첨단 레이저로 그의 투구를 추적한 결과 굳이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이 아니더라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팀이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석기 LG 전력분석팀장은 "트랙맨 데이터로 투구 궤적을 추적한 결과 정우영의 투심 패스트볼은 보통의 사이드암 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이나 포크볼과 비슷한 궤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굳이 잘 던지지 못하는 공을 던지게 할 필요가 없었다.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투심 패스트볼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 정우영은 잘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눈으로만 구위를 확인할 수 있었을 때 정우영은 그저 가능성 있는 투수에 불과했을 수 있다.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이 없기 때문에 실전용으로 쓰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쉽게 판단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랙맨 데이터는 새로운 길을 안내했다. 정우영의 투심 패스트볼이 무브먼트가 심하게 일어나며 그에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정우영을 시즌 개막과 함께 쓸 수 있었던 이유다.

보통 구종 하나를 추가하는 데 3년에서 4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한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손에 익었을 때 이야기다. 궁합이 맞지 않는 변화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좋은 구위를 갖고 몇 년씩 퓨처스리그서 머물러 있는 투수들은 수없이 많다.

정우영도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을 익히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허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우영은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첨단 과학의 힘은 정우영에게 별도의 변화구가 필요치 않다고 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LG가 정우영의 진짜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야구를 과학으로 분석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섰다. 선수 하나를 키우거나 살리지 못하거나의 선택까지 달려 있다. 정우영의 성공은 LG가 첨단 과학에 투자한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앞으로 그 쓰임새는 더욱 다양하고 자세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머무르려 하면 할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우영의 성공은 그 대표적인 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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