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압해 봐" 외치던 재일동포 파이터 최영,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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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최영(37), 아는 사람은 아는 그 이름.
2004년 아마추어 무대에서 '스턴건' 김동현에게 판정승을 거둔 그래플러, 우리나라 첫 격투기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고 슈퍼코리안 시즌1'에서 "결과야, 결과"·"제압해 봐"라는 화제의 말을 남긴 엔터테이너, 2005년 스피릿MC 미들급 그랑프리 준우승자, "화려한 과거를 추억하며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몰락한 노인이 되고 싶다"는 몽상가, 그리고 2007년 "한국은 한국을 무시한다"는 말을 남기고 고향 오사카로 돌아간 재일동포.
우리나라 종합격투기 1세대 파이터 최영을 설명하는 말은 꽤 많다.
여기에 '전적 19승 3무 10패의 현역 미들급 파이터'라는 수식 어구가 하나 더 있다. 그는 2007년 오사카로 간 뒤 링네임을 이름 '영'의 일본 발음 '료(RYO)'로 바꾸고 파이터의 삶을 이어 갔다. 그때부터 기록한 전적이 11승 3무 5패. 최근엔 일본 단체 '딥(DEEP)'의 타이틀 도전권을 잡았다. 오는 11일 고향에서 열리는 '딥 케이지 임팩트 2015 오사카'에서 16승 3패의 챔피언 나카니시 요시유키(30·일본)와 미들급 타이틀전을 펼친다.
그가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7~8년 동안 우리나라 팬들의 시야 밖, 관심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랍 속 낡은 사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전화기 속 그의 밝은 목소리는 반가웠다. 팟캐스트 전화 인터뷰 라디오쇼 '이교덕의 수신자 부담(http://www.podbbang.com/ch/9875?e=21756211)'에 출연한 최영은 "한국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웃었다. 어눌한 발음, 그대로였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에에에에"라며 시간을 끄는 버릇도 여전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최영은 격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돈을 벌면서 훈련을 계속했다. 공사판을 전전한 적도 있었다. 운동 시간을 따로 낼 수 없을 땐, 막일도 훈련의 하나라고 최면을 걸었다.
"격투기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했다"면서 "지금은 월급을 받으며 경호원으로 일한다. 매일 출근하지 않는다. 네 명이 하루하루 돌아가면서 일하기 때문에 훈련에 지장이 없는 편이다. 격투기를 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라며 뿌듯해 했다.
운동에 전념할 수 없는 가운데에도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최영은 2006년까지 스피릿MC에서 활동할 때 타고난 체력과 운동 능력으로 유명했다. '슈퍼코리안 빅4' 임재석, 이재선, 백종권과 달리기 경주를 하면 늘 1등이었다. 통뼈에다 근력도 뛰어났다.
10년이 지났어도 그의 강점은 같다. 끈질기게 케이지 레슬링 싸움을 걸며 상대를 압박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여전히 새로운 기술도 배우고 있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은퇴할 이유가 없다"고, 최영은 말했다.

최영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딥의 정상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 2013년 2월 '딥 임팩트 61'에서 프라이드 출신 나카무라 가즈히로와 챔피언벨트를 놓고 겨룬 적이 있다. 결과는 판정패였다.
그는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이를 악물고 다시 올라왔다. 이번 상대 나카니시는 2013년 10월 최영에게 한 차례 승리를 빼앗은 숙적이다. 최영에게 승리한 나카무라를 지난해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인연의 끈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더군다나 고향에서 펼치는 경기. 그래서 더 질 수 없다.
타이틀 획득을 간절히 원하는 또 다른 이유, 우리나라 복귀를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영은 이번 승리가 로드FC 챔피언 후쿠다 리키에게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이라고 믿는다.
"2008년에 딥 미들급 토너먼트가 있었다. 우승 후보 0순위가 후쿠다 리키였다. 그런데 나카니시 유이치라는 선수에게 패해 우승은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후쿠다는 같은 단체의 같은 체급에서 활동하는, 내가 의식할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언젠가는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7, 8년이 지났다. 이제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느낀다."
"챔피언이 되고 한국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 내 계획이다. 화제가 될 만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한국에서 경기한다면 팬들이 더욱 내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먼저 깔아 놓고 한국에서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최영은 결국 '일본 단체의 챔피언이 된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와 '한국 단체의 챔피언이 된 일본 톱 파이터'의 맞대결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한국을 떠날 때 적잖은 실망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었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그때 너무 힘들었다. 한계가 왔다. 할 수 없이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당시 스피릿MC가 지금의 로드FC처럼 관중이 많이 오는 대회도 아니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최영은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추억이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스피릿MC에서 활동한 동료들 백종권, 이은수, 임재석, 최정규 등 1세대 파이터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무모했던 청춘들이 나이가 들어 재회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최영은 "친구들과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격투기 지식으로 볼 때 그때는 기술도 없이 정신력으로만 싸웠다고 모두 인정했다. 그 대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한국에 종합격투기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굉장히 잘 싸웠다. 우리는 그때를 돌아보며 그 열정이 참 무서웠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고 밝혔다.

파이터 최영은 아직도 그때 그 열정이 그대로라고 했다. 거기에 기술과 경험을 덧붙여 더 강해졌다고 자신했다. 그는 크게 성장한 최영을 곧 국내 팬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아 '최영 어디 갔나?', '최영 죽었나?'라는 소문까지 있었을지 모르지만, 아직 난 살아 있다. '최영 끝났다', '최영 선수 생활 끝났다', '일본에서 노가다 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내년 또는 내후년에 돌아가겠다. 기다려 달라."
10년 전 히트를 쳤던 유행어(?) "제압해 봐"를 팬들에게 다시 들려 달라고 부탁했다. 최영은 뜸을 들이다가 "제압해 봐"를 외쳤고, 쑥스러운 듯 하하하 소리 내며 웃었다.
그는 이제 나카니시를 제압하러 간다.
[사진1] 최영
[사진2] 최영과 재일동포로 알려진 UFC 파이터 구니모토 기이치
[사진3] 스피릿MC에서 활약한 올드 멤버들. 왼쪽부터 최영, 임재석, 백종권, 최정규,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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