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한국시리즈 가면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야 하잖아. 어떻게 해야 해(웃음)."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7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2)의 몸 상태와 복귀 가능성을 설명하다 웃음이 터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있는 전력을 쥐어 짜내며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이라는 전제가 실소를 자아낸 것이다. 

미란다는 왼쪽 어깨에 피로가 쌓였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달 24일 잠실 LG 트윈스전 등판을 끝으로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현재 1군과 훈련은 함께하며 복귀가 가능한 때를 지켜보고 있다. 두산은 미란다 없이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승1패,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승1패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김 감독은 "미란다가 운동장에서 유니폼 입고 왔다 갔다는 한다. 한국시리즈에 가면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야 하지 않나. 고향도 안 가고 버티고 있다. 플레이오프까진 힘들 것 같다. 지금은 피칭을 시작해야 하는데, 투수는 공을 몇 개 던져보다가 갑자기 느낌이 좋아질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희망고문과 투지 사이에서 미란다는 현재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사실 5강 안에 들지 못하는 줄 알았다. 전반기를 7위로 마감하며 고전하더니 후반기 들어 승률 1위를 질주했다.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기적에 기적을 쓴 끝에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5년 김 감독 부임 이래 7년 연속 가을 야구 개근이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두산이라도 올가을은 쉽지 않아 보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4위팀 탈락 사례로 남을 것이란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 원투펀치 미란다와 워커 로켓(팔꿈치 수술)이 동반 이탈하면서 선발진은 헐거워지고, 필승조는 과부하가 걸렸다. 

미란다는 정규시즌 14승, 173⅔이닝, 평균자책점 2.33, 225탈삼진을 기록한 에이스였다.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았던 1984년 고(故) 최동원의 223탈삼진 대기록을 넘어서며 올해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다. 그런 투수이기에 두산도 희망 고문인 줄 알면서도 미란다의 복귀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두산은 당장 플레이오프부터 마운드 운용이 힘든 상황이다. 그동안 최원준-곽빈-김민규 등 3명으로 선발진을 꾸려 3~4일 휴식 턴으로 돌렸는데, 곽빈이 허리 근육통으로 플레이오프 등판 여부가 불투명하다. 필승조는 이영하를 9일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기용하기 어렵다. 이영하는 7일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이닝 66구를 기록해 휴식이 더 필요하다. 미란다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선발투수를 더 수혈해야 한다. 

김 감독은 "지금 선발투수 1명을 더 생각해서 엔트리에 올릴까 생각하고 있다. (이)영하는 1차전은 힘들 것 같다. 기존 불펜을 선발로 돌릴 수도 있고, 상황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3판2선승제로 바뀐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승리로 기선 제압을 하는 게 중요하다. 두산은 또 한번 에이스 없이 한국시리즈에 7년 연속 진출하는 역사를 쓰며 미란다를 마운드로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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