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최민정(왼쪽)과 양궁 안산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스포츠에 2022년 임인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 그리고 월드컵 축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대의 종착지가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 스포츠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 스포츠의 각 종목은 해외 전지훈련 취소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지며 종합 스포츠 대회의 호성적은 한층 어려워졌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땀의 의미를 보여준다는 변화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점점 약해지는 국제경쟁력과 유망주 저변의 열악함은 한국 스포츠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풀어야 할 과제를 눈앞에 둔 한국 스포츠는 임인년, 겨울 올림픽과 여름 아시안게임에서 시험 무대에 오른다.

▲ 최민정

현실을 고려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목표는 종합 15위

올해 첫 번째 스포츠 빅 이벤트는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다. 중국 베이징은 일본 한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세 번째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 뉴질랜드 영국이 동참했고 캐나다와 일본도 뜻을 함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는 물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베이징 올림픽이 취소 혹은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를 부인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지난해 2020 도쿄 하계 대회에 이어 팬데믹 시대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 된다.

한국은 전통적인 메달밭인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쇼트트랙은 한국이 동계 종목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견인차가 됐다. 김기훈이 맹활약한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한국은 첫 번째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금메달 6개를 획득했고 4년 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4년 전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해 종합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 대회 목표는 낮아졌다. 무엇보다 강세 종목이었던 쇼트트랙의 전력이 떨어진 점이 큰 원인이다. 대한체육회는 "잘못된 관행의 개선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25, 서울시청)는 동료 선수를 비방했다는 문제로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 여자 1500m와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24, 성남시청)은 2연패에 도전한다. 또한 '떠오르는 별' 이유빈(21, 연세대)도 주목할만한 기대주다. 남자부에서는 황대헌(23, 강원도청)을 비롯한 대표 선수들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 여자 컬링 대표 팀 '팀 킴' 왼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김은정 ⓒ 세계컬링연맹(WCF) 홈페이지

쇼트트랙과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이들은 여자 컬링 '팀 킴'이다. 김은정(32, 스킵) 김선영(29, 리드) 김경애(28, 서드) 김초희(26, 세컨드) 김영미(31, 후보, 이상 강릉시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 '팀 킴'은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 신화'를 이룩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팀 킴은 2연속 메달을 노리지만 시상대로 올라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세계 최강 스웨덴은 여전히 막강하다. 여기에 전통의 강호 캐나다는 한층 강해졌고 ‘숙적’ 일본은 올림픽 자격 대회에서 한국을 두 번이나 이겼다.

‘팀 킴’은 올림픽 자격 대회 플레이오프 최종 2차전에서 라트비아를 꺾고 베이징행 막차를 탔다. 극적으로 올림픽에 진출한 팀 킴은 다음 달 10일 캐나다와 올림픽 첫 경기를 치른다.

설상 종목에서는 '배추 보이' 이상호(26, 하이원리조트)가 눈길을 끈다. 한국 스노보드의 간판인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이상호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는 올 시즌 스노보드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는다.

▲ 이상호

그러나 이상화(32)가 떠난 스피드스케이팅은 현재 세대교체 중이다. 김연아(31)가 오래전 떠난 피겨스케이팅도 마찬가지다. 남자 싱글의 경우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하뉴 유즈루(27, 일본)와 ‘점프 괴물’ 네이선 첸(22, 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여자 싱글은 러시아 선수들이 남자 선수에 버금가는 고난도 점프를 구사하며 다른 차원의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승패를 떠나 참여만으로 감동을 안겨줄 선수도 있다. 크로스컨트리의 ‘백전노장’ 이채원(40, 평창군청)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부터 이번 베이징까지 6연속 올림픽 무대에 선다. 올림픽 6회 출전으로 한국 선수의 동·하계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이다. 지난 평창 올림픽에 이어 한국 최고령 선수가 되는 이채원은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한번 올림픽에 도전한다.

▲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 2인조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제덕(왼쪽)과 안산

한·중·일의 자존심 삼국지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스포츠 '영 파워'들의 무대

아시안게임은 늘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풍부한 선수층을 갖춘 중국은 아시안게임에서 독보적인 기량으로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위를 질주했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와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는 일본에 이어 3위에 그쳤지만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2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판도가 바뀌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엘리트 스포츠에 대대적으로 투자했고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아시안게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도쿄 올림픽 종합 3위에 오른 일본 스포츠의 저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여기에 홈그라운드 장점을 안은 중국은 종합 우승을 예약했다.

▲ 황선우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한국은 양국 펜싱 태권도 등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태환의 뒤를 이어 한국 수영의 대들보로 떠 오른 황선우(18, 서울체고)는 금빛 물살에 도전한다.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21, 광주여대)과 2관왕 김제덕(18, 경북일고)은 한국 양궁의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도쿄 올림픽에 이어 항저우에서도 ‘금빛 과녁’을 정조준한다.

도쿄 올림픽 남자 샤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상욱(25, 성남시청) 등이 버티고 있는 ‘펜싱 어벤져스’도 아시안게임을 빛낼 스타들이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책임질 기계체조 여서정(19, 수원시청)과 탁구 신유빈(18, 대한항공)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층 성장한 기량을 뽐낼 무대다.

'배구 여제' 김연경(34, 중국 상하이)이 은퇴를 선언한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여자 배구 대표 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과거 한국 여자 배구는 김연경의 존재에 큰 힘을 얻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김연경은 물론 중앙을 책임진 양효진(32, 현대건설)과 김수지(35, IBK기업은행)도 대표 팀 은퇴를 시사했다.

▲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 대표 팀 왼쪽부터 박정아 김희진 김연경 염혜선

도쿄 올림픽 4강이라는 신화를 이룩한 여자 배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세계 최강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 건재하고 ‘숙적’ 일본은 선수층이 탄탄하다.

여기에 난적 태국은 물론 최근에는 카자흐스탄과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전력도 상승하고 있다. 김희진(30, IBK기업은행) 박정아(28, 한국도로공사) 이소영(27, KGC인삼공사) 등이 새로운 주축이 될 여자 배구 대표 팀은 항저우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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