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킹메이커' 스틸.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킹메이커' 스틸.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킹'이 아니라 '킹메이커'다. 그냥 선거가 아니라 '선거'전'이다. '불한당'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제작 씨앗필름)는 1960~1980년대 '선거판의 여우' 혹은 '마타도어(흑색선전)의 귀재'로 불린 한 남자를 소환한다. 3월 9일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기, 코로나19 속 여의치 않던 극장 상황 탓에 예정보다 한 달 늦게 관객과 만나게 된 '킹메이커'는 마치 제 때에 맞추려 개봉을 늦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운범(설경구)은 4번을 낙선한 젊은 정치인이다. '세상을 바꿔보자'는 그에게 매료된 서창대(이선균)는 '그림자'를 자처하며 캠프에 합류한다. 서창대의 영리하고도 치밀한 전략은 곧 효과를 드러낸다. 하지만 우선 '이겨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서창대와 '왜' 이겨야 하는지를 잊어선 안된다는 김운범은 종종 삐걱거린다. 김운범이 열세를 뒤집고 점점 정치무대의 중앙으로 진출하는 사이, 서창대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

정치인 김운범, 선거 참모 서창대란 낯선 이름을 앞세웠지만, 이들의 모델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였던 엄창록이란 두 실존인물이 모티다. 영화는 같은 목표를 공유했으나 행동하는 신념이 달랐던 두 주인공을 빛과 그림자로 대비시켰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맞섰던 오랜 가치관 갈등은 강렬한 대비 덕에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

두 배우가 양 축을 대변하는 존재감을 보인다. 신념의 정치인 김운범은 ‘불한당’에 이어 다시 감독과 손잡은 설경구가 연기했다. 설경구는 바위처럼 변함없는 캐릭터에도 풍성한 입체감을 더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이선균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변화무쌍한 브레인이 됐다. 영화를 열고 닫으면서 관객의 시선까지 대변하게 된 그는 어느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문제적 인물을 섬세한 터치로 그린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이야기에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이밖에도 내로라하는 배우군단이 분량에 상관없이 제 몫을 해내는데, 특히 이실장 역 조우진이 그렇다. 두 주인공과 다른 대의를 따르지만 방법론에선 또다른 서창대이기도 한 그는 나긋하고도 서늘하기가 마치 뱀 같다.

▲ 영화 '킹메이커' 스틸.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킹메이커' 스틸.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고전적인 주제가 선명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개개의 에피소드와 볼거리가 인상적이다. 변성현 감독은 알음알음 회자되던 선거판의 비화를 현실과 절묘하게 버무려 시대가 묻어나는 웰메이드 정치드라마를 완성했다. 사람의 이성이 아닌 감정을 주무르는 선거전략이 흥미롭고, 시대의 공기까지 살려낸 듯한 정교한 프로덕션이 일품이다. 대의와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와 꼼수가 결과를 가르는 엄혹한 시절 이야기가 현재와 공명하기에, 다가온 선거의 계절 ‘킹메이커’를 보는 것은 한층 흥미로우며, 조금은 숙연한 일이기도 할 것 같다.

1월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