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정(왼쪽)과 황대헌 ⓒ연합뉴스
▲ 최민정(왼쪽)과 황대헌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7일째인 11일.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에 온갖 '주의보'가 발효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비디오 판독과 아쉬운 빙질, 미숙한 경기 운영이 한국 쇼트트랙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실력 외 요소가 세계 최강 지위를 뿌리째 들볶는 상황. 

분노를 넘어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게 아니냐'는 허탈한 하소연까지 흘렀다. 위기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주저않는 대신 길을 찾았다. '폰타나식 해법'으로 불리는 레이스 초반 독주 플랜은 앞으로도 꽤 오래 스포츠 팬들 입에 회자될 베이징올림픽의 기억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7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남자 1000m 준준결선에서 조 1위를 차지한 황대헌(23, 강원도청)이 비디오 판독 후 실격당했다. 

타국 사정도 비슷했다. 판정 번복으로 피해를 봤다. 결선에서 1위로 통과했지만 페널티 실격을 당한 류사오린(헝가리)이 대표적이다.

황대헌은 1000m 세계신기록과 올림픽신기록을 모두 보유한 선수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 올림픽 금메달은 무난히 딸 것으로 예상됐다.

실격 자체도 논란이었지만 더 큰 의문을 품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실격 선수를 대신해 중국 선수들이 혜택을 보면서 의혹 제기 물결은 해일이 돼 빙상장에 밀어닥쳤다. 

결국 남자 1000m 금메달은 런즈웨이(중국)가 가져갔다. 국내외를 안 가리고 성토 목소리가 빗발쳤다.

기량보다 '보이지 않는 손'에 흔들린 상황. 그럼에도 황대헌은 의연했다.

1000m 레이스가 끝나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남긴 말. 글로 맘을 다스렸다.

"장애물이 널 막을 순 없어. 벽에 부딪혔다 해도, 뒤돌아서 포기하진 마. 대신 벽을 타고 올라갈 방법을 찾아. 벽을 돌파하든가, 벽을 피하고 성취할 해법을 찾든가(Obstacles don't have to stop you. If you run into a wall, don't turn around and give up. Figure out how to climb it, go through it, or work around it)."

▲ 한국 쇼트트랙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초반 악재를 눈부시게 극복한 결과물이다. ⓒ 연합뉴스
▲ 한국 쇼트트랙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초반 악재를 눈부시게 극복한 결과물이다. ⓒ 연합뉴스

황대헌은 전략을 바꿨다. 새 수(手)를 뒀다. 스타트부터 치고 나가 압도적 1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내 몸에 손도 못 대게 하겠다"는 말을 빙상에서 지켰다.

황대헌은 11일 1500m 금메달을 품었다. 준준결선부터 준결선, 결선에 이르기까지 내용이 한결같았다. 시작하자마자 1위로 올라섰다. 선두 자리를 잡고 빠르게 스퍼트를 올렸다. 

16일 화룡점정을 찍었다. 남자 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동료와 얼싸안았다. 결선 막판까지 캐나다를 맹추격하는 투혼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맏형' 곽윤기가 중심을 잡고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 김동욱이 똘똘 뭉쳤다. 

한국 여자 대표 팀 '에이스' 최민정(24, 성남시청)도 제 몫을 다했다. 올림픽 2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최민정은 전날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17초81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주특기인 아웃코스 공략과 경기 후반 스퍼트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안방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포효헸다. 

앞서 여자 1000m, 계주 3000m에서 은메달을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만 3개 메달을 추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갖은 악재에도 한국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거머쥐는 데 크게 한몫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