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박찬호 ⓒ곽혜미 기자
▲ KIA 타이거즈 박찬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내가 그런 타구 놓치는 것 못 봤잖아요. 좋아해요."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7)에게 호수비 비결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호수비 뒤에는 엄청난 자신감이 있었다. 

박찬호는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 0-2로 뒤진 2회말 호수비를 펼쳤다. 선발투수 임기영이 0-1로 끌려가던 2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장승현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추가점을 내준 뒤였다. 더 이상 임기영이 무너지면, 이날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었다. 

1사 1, 2루 타석에는 김인태가 섰다. 김인태는 시즌 초반 한참 좋았을 때랑 비교하면 햄스트링 부상 이후 경기 감각이 조금은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한 방이 있는 타자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김인태가 공 하나를 툭 치고 허무하게 물러났다. 박찬호가 몸을 날린 덕이다. 좌익선상 밖 파울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타구였는데, 2루 베이스와 꽤 가까이 붙어 있던 박찬호가 어느새 달려와 몸을 날려 잡아냈다. 김인태의 타구가 뜨자마자 전력 질주를 시작할 정도로 빠르게 판단해 만든 결과였다. 열에 아홉은 놓칠만한 타구를 낚아채자 김인태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빠르게 2사 1, 2루 상황이 바뀌면서 임기영은 안정을 찾았다. 다음 타자 정수빈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틀어막았다. 임기영은 7이닝 3실점으로 버텼고, 7회초 최형우의 투런포와 8회초 나성범의 1타점 적시타로 3-3 균형을 맞추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KIA로 기울었다. 

▲ 타구를 낚아채는 박찬호 ⓒ KIA 타이거즈
▲ 타구를 낚아채는 박찬호 ⓒ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팀에 승리를 안기는 안타까지 쳤다. 9회초 2사 1, 3루 기회에서 박찬호가 중전 적시타로 상대 클로저 홍건희를 무너뜨리면서 4-3 역전승에 쐐기를 박았다. 

박찬호는 호수비 비결을 묻자 "좋아하는 타구였다. 그런 타구 놓치는 것 못 보지 않았나. 좋아한다. 뜬공이 오면 신나게 뛰어간다"고 답하며 해맑게 웃었다. 

결승타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나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박찬호는 "올 시즌 득점권에서 타율이 안 좋아서 꼭 한번 결정적인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었다. 한 점이 꼭 필요했고, 앞선 타자들이 기회를 만들어줘 정말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직구 타이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홍건희 투수의 구위가 좋아 계속 밀렸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어떻게든 정타를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게 결승타로 연결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야에 공이 떴을 때 보여주는 엄청난 자신감이 타석까지 이어지길 바랐다. 박찬호는 "아직까지는 타격감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조금 더 자신 있게 타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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