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이 1983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 ⓒKBO
▲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이 1983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 ⓒKBO

[스포티비뉴스=사직, 고봉준 기자] 해체의 아픔을 맛본 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여전하다. 전설들이 남긴 위대한 기록들 덕분이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완봉승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전날 롯데전(4-0 승리)에서 나온 kt 우완 사이드암 고영표의 개인 통산 4번째 완봉승을 달성을 축하하면서였다.

이 감독은 “경기를 편안하게 봤다”며 웃고는 “5회말이 끝났을 때 투구수가 60개더라. 아무래도 체인지업 결정구를 의식해서 롯데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와 투구수 관리가 됐다. 또, 어제 경기에선 커브도 잘 들어갔고, 포수 장성우가 역으로 볼 배합을 가져가면서 효과를 봤다”고 평했다.

이날 고영표는 9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면서 단 하나의 볼넷이나 사구도 내주지 않았다. 개인 통산 첫 번째 무4사구 완봉승이라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미소로 제자의 뜻깊은 기록을 축하한 이 감독은 그러면서 “나도 완봉승이 18차례 있었다”며 자신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1989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1차지명으로 해태 유니폼을 입은 ‘우완 언더핸드’ 이 감독은 통산 18차례 완봉승을 달성했다. 데뷔 시즌부터 15승 중 3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뒤 1998년까지 매년 1차례 이상 완봉승을 기록하며 18번을 채웠다.

그러나 1998년 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아 1999년을 통째로 쉰 이 감독은 이듬해부터 불펜투수로 전환해 더는 완봉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어 2005년 KIA에서 은퇴한 이 감독. 비록 현역 막바지 선발투수로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18차례 완봉승은 지금까지도 뛰어난 기록으로 남아있다. 부문 통산 5위로 최다승 4위(152승) 못지않은 업적으로 꼽힌다.

▲ 2006년 4월 12일 무등구장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마운드와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있는 이강철. ⓒKIA 타이거즈
▲ 2006년 4월 12일 무등구장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마운드와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있는 이강철. ⓒKIA 타이거즈

이 감독은 “아마 1피안타 완봉승도 3번이 있었는데 그 기록은 통산 1위라고 알고 있다”며 내심 자랑을 하고는 “선동열 선배와 조계현 선배가 나보다 완봉승이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 해태 출신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의 설명대로 통산 완봉승 상위권에는 해태 출신들의 이름이 빼곡히 놓여있다. 부문 1위는 29개의 선동열 전 KIA 감독이고, 조계현 전 KIA 단장이 19개로 4위, 이 감독이 18개로 5위다. 부문 공동 2위는 나란히 20개를 기록한 윤학길 전 롯데 투수코치와 정민철 한화 단장이다.

선동열과 조계현, 이강철은 모두 해태를 대표하는 마운드의 전설들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왕조를 구축한 주역들. 비록 셋 모두 현역 유니폼을 벗은 지 20년 가까이 흘렀고, 해태 역시 2001년을 끝으로 해체됐지만 레전드들이 남긴 기록은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감독은 “그때는 환경이 열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야구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미소로 추억 회상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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