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업 이후 대활약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대형 1루수 전의산 ⓒSSG랜더스
▲ 콜업 이후 대활약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대형 1루수 전의산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군 코칭스태프는 사실 1군 운영을 하기 바쁘다. 퓨처스팀(2군) 선수들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건 한계가 있다. 2군에 관심이 있는 감독이라 할지라도 물리적 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2군 코칭스태프가 있고, 그 사이에 프런트가 있다.

현장이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면, 프런트는 아무래도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질 여유가 있다. 그렇게 업무가 나눠지는 게 일반적이고 또 이상적이다. SSG 프런트는 4월 팀의 호성적에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마운드는 돌아올 전력이 있어 비상 상황에도 그나마 퍼즐 맞추기가 가능한데, 야수진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다소 더딘 감이 있었다. SSG는 베테랑의 팀이고, 이 베테랑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빠질 경우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SSG 프런트가 주목한 선수가 바로 좌타거포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 전의산(22)과 차세대 주전 포수로 뽑히는 조형우(20)였다. 두 선수 모두 큰 기대를 받으며 입단한 탑 유망주들이었다. 전의산은 2020년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자, 조형우는 2021년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자였다.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두 선수 모두 올해 1군 캠프에는 가지 못했다. 선배들이 우선권을 얻었다. 퓨처스팀 전지훈련에서 칼을 갈았다. 즉, 김원형 SSG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두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 그리고 1군에서 통할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나마 전의산은 지난해 캠프에는 김원형 감독이 눈여겨 본 유망주였고 엄청난 타구 속도로 1군 코칭스태프를 놀라게 했지만, 1년 이상 눈앞에서 사라진 이상 계산이 쉽지 않았다.

2군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조형우였다. 우선 퓨처스리그 개막 직후부터 타격이 워낙 좋았다. 홈런 등 장타보다는 정확한 타격으로 고타율을 유지했다. 포수로서 경험은 부족하지만 기본기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 경험이 쌓이면 완성형 포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5월부터는 전의산의 방망이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4월은 성적과 별개로 타격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았지만, 5월에는 또 성적과 별개로 잘 맞은 타구들이 좋은 방향성과 함께 나아가기 시작했다.

“두 선수를 실험해보자”는 프런트의 추천은 이맘때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1군 코칭스태프에 올라갔다. 류선규 단장이 직접 1군에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포지션이 문제였다. 1루는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의 자리였다. 포수진은 아무래도 경험이 필요한 자리고 트레이드로 김민식도 합류했다. 김원형 감독도 두 선수의 가능성을 계속 보고받고 궁금해 하면서도 콜업 타이밍을 고민하곤 했다. 당장 올라오면 대타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대타는 경험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전의산과 조형우를 차례로 1군 메이저 투어에 불러 1군 코칭스태프가 직접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의산은 메이저 투어를 마친 뒤에도 2군에서 홈런포를 펑펑 때렸다. 단순히 타율이 아니라 맞아 나가는 타구의 질이 너무 좋았다. 여기에 크론의 부진이 겹치며 정확한 교대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김 감독도 이번에는 더 기다리지 않고 전의산의 콜업을 결정했다.

그 다음부터는 팬들이 잘 알고 있는 스토리다. 6월 8일 콜업된 전의산은 시즌 5경기에서 타율 0.474, 1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13의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홈런도 쳤고, 득점권 상황에서 해결사 능력도 과시했다. 크론의 몫 이상을 한 셈이 됐다. 지난 주말 한화와 3연전을 싹쓸이한 건 전의산의 이름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선수도 큰 자신감을 가질 법 했다. 한 달 가까이 ‘전의산 노래’를 불렀던 SSG 프런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팬들은 향후 10년간 1루를 책임질 거포를 얻었다고 즐거워했다. 

전의산의 작은 성공은 조형우의 콜업 가능성까지 한껏 높인다. 조형우는 올해 퓨처스리그 25경기에서 타율 0.397, 12타점으로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한 번 방망이가 불탔을 때 콜업이 되지 않으면 사이클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조형우는 전혀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0.361로 좋다. 최근 6경기에서는 11안타를 몰아쳤다.

두 선수는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약 조형우까지 콜업된다면, 프런트로서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 편해진다. 일단 1군에서 써보고 되는 선수거나 혹은 그 가능성이 있다면 올해 전력 구상에 포함할 수 있다. 아닌 것이 확인되면 좋은 경험으로 삼고 군에 보내면 된다. 김 감독의 선택은 빠르든 늦었든 이런 부수적인 효과까지 낳았다는 점에서 과소평가되면 안 된다. 어쩌면 성적에 조금은 여유가 있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으로 이런 순환의 경험은 2군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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